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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비트에 관능적 몸짓이 만든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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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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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샤론 에얄 작품 ‘재키’
서울시발레단, 22일까지 공연

단 하나의 조명이 가로등처럼 은은한 빛을 뿌리는 무대. 그 빛 속에서 무용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렬한 비트 음악이 내리꽂히는 무대 중앙에서는 절제된 동작의 군무가 시작되고, 그 앞에서는 남녀 무용수가 따로 떨어져 느릿하게 몸을 움직인다. 무용수들이 입은 것은 피부에 밀착된 살구색 레오타드. 무대 위 육체는 성별의 경계를 거의 지운 채 하나의 질감처럼 떠오른다.

처음엔 낯선 이미지다. 그 낯섦을 받아들이려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몰입이 찾아온다. 단순한 비트에 맞춰 움직이는 몸에서 생생한 촉감 같은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성별의 구분이 희미해진 육체는 원초적인 자극을 만들어낸다.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 “말하는 것보다 춤추는 걸 좋아한다. 열린 마음으로 와서 자유롭게 느껴라”라던 안무가 자신감 그대로다.

안무가 샤론 에얄의 ‘재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무가 샤론 에얄의 ‘재키’. 세종문화회관 제공

무용수들 움직임은 고행처럼 보인다. 발레 동작의 흔적이 스치지만 형식은 극도로 절제돼 있다. 고난도 자세에서 또 다른 고난도 자세로 쉼 없이 이동한다.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드러나는 긴장의 춤이다.

한참을 응집된 덩어리처럼 움직이던 군무는 어느 순간 무대 전체로 퍼져 나간다. 무용수들은 뛰고, 원을 그리고, 다시 흩어진다. 밝아진 무대와 고조된 음악 속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는 집단 제의를 연상시킬 정도다. 접신, 트랜스에 가까운 몰입이다. 춤은 관객을 황홀경으로 이끈다.

당대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가운데 한 명인 샤론 에얄의 작품 ‘재키(Jakie)’가 14일 서울시발레단 올해 첫 무대에서 한국 초연됐다. 몽환적인 전자음악이 흐르는 초현실적 분위기 속에서 무용수들은 반복적인 안무를 통해 매혹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관능적인 춤으로 잘 알려진 안무가의 작품이지만 이 무대에서는 원초적인 생명력이 강하게 전해진다.

샤론 에얄 안무의 시그니처인 까치발 자세도 시선을 고정시킨다. 발꿈치를 드느라 무용수들은 코어 근육을 극도로 통제한 채 30분에 가까운 공연 내내 움직인다. 척추를 비틀고 골반을 튕기며 어깨와 팔을 기하학적으로 꺾다가도 순간 정석적인 발레 동작이 튀어나온다. 집단 군무의 응집력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개별 무용수의 솔로가 교차한다.

마지막 동작이 끝난 뒤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무용수들의 몸은 땀으로 빛난다. 그만큼 밀도 높은 무대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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