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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곧 끝난다더니” 3년 7개월 만에 100달러 돌파… 시험에 든 트럼프 [이주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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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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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선언에 유가 9% 폭등
백악관 대변인 "존스법 한시적 면제 검토"
美 국민 48% “상승 원인 트럼프 책임”
이 주의 워싱턴 - 세계의 시선이 쏠린 워싱턴의 한 주, 핵심과 맥락을 짚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란 선박·드론·미사일·핵무기 위협 등 어떤 위협도 없이 석유 공급은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급등하고 있는 유가가 곧 안정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석유 공급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원유 가격이 갤런당 3.8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전쟁 이전보다 약 20%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원유 가격이 갤런당 3.8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전쟁 이전보다 약 20%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대감으로 안정되는 듯했던 유가는 12일을 기점으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고육책’을 쓰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인들의 약 절반이 유가 상승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에 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유가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성공 여부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호르무즈 봉쇄’ 의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열흘 정도 진행된 뒤 주초부터 전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면서 시장에서는 그 기대감으로 한때 유가가 안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오르는 것은 일시적이며, 전쟁이 마무리되면 급속도로 떨어져 전쟁 전보다 유가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즈타바가 이날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곳으로, 이란은 결사 항전의 수단으로 이곳을 더욱 철저히 봉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해상 유전에서 생산)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보다 9.2% 급등했다. 종가 기준으로 브렌트유가 100달러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상승했다. 미국 국내에서는 대부분 텍사스산 원유가 거래되지만, 이 역시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일각에선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민간 선박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경고를 무시한 채 운항했다며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의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이 지역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16척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

 

미국은 전쟁 2주차에 접어들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달 말에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미 해군이 호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오전 0시 1분 이전 선박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해 오는 4월 11일까지 판매를 승인하는 새로운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일각에선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주는 러시아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따른 초과 세입이 하루 1억 5000만달러(2200억원)로 추정되며,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 정부가 챙기게 될 추가 세입 총액이 3월 말까지 33억∼49억달러(4조9000억∼7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성명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백악관은 필수적 에너지 제품과 농산물이 자유롭게 미국 항구들에 유입될 수 있도록 존스법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구 사이에 상품을 운송할 때 미국 선박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적용이 면제될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미국 선박 이외에 외국 선박도 미국 항구 사이에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을 실어 나를 수 있게 된다. 존스법의 한시적 면제 검토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의 여파를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레이티브의 알렉스 자케즈 정책국장은 “(존스법이) 소매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갤런당 2센트도 안된다”며 이 조치가 유가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줄어든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역에서 오만 왕립경찰 해안경비대 순찰정이 해역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줄어든 가운데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역에서 오만 왕립경찰 해안경비대 순찰정이 해역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 유가 상승 받아들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유가 인하를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계층은 전통적으로 전기차 등 대체에너지 차량보다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11월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 등 선출)를 앞두고 유가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현재 미국에서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0달러로 한 달 전의 2.95 달러에서 20% 넘게 상승해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운송노조 등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모닝컨설트·액시오스(성인 1002명 대상, 오차 범위 ±3%포인트)가 전날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올해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을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6주 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조사에서 ‘현재 유가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의 48%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라고 답했으며, 석유 및 가스 기업(16%), 글로벌 시장요인(13%), 조 바이든 전 대통령(11%)이 그 뒤를 이었다. 카일 드롭 모닝컨설트 대표는 “낮은 유가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인 요소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어갈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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