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관련
박영재 대법관 함께 고발당해
“서면심리 원칙 의도적 미적용”
의원직 상실형 확정 與 양문석
“재판소원 검토”… 혼란 현실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이 시행된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당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당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시갑)은 바로 재판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헌재가 6월 재보궐 선거 이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면 양 의원과 새로 선출된 의원 중 누구를 의원으로 인정할지 혼선이 불가피하다.
재판소원 1호 청구자 측은 청구 시한을 넘겨 각하 가능성이 크자 “재판소원 기한을 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 주도로 충분한 준비 없이 마련된 ‘사법 3법’ 시행에 따른 혼란상은 이날 하루 만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2일 국민신문고 온라인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정식 고발장을 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법왜곡죄로 조 대법원장과 박 대법관을 추가로 고발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나 경찰 수사관이 형사 사건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 및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 등이 지난해 5월1일 당시 대선 후보인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서면 심리 원칙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 등은 형사소송 법령·대법원 판례를 가장 잘 아는 최고 법률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7만여쪽의 종이기록을 출력해 사건을 검토·심리·판결해야 하는 법적 작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기록 7만쪽을 모두 검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민주당 주장과 유사하다.
법왜곡죄는 시행 이전 수행된 수사와 재판에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의 위법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가 고발장을 수사기관에 먼저 제출해두고 법이 시행되면 접수해달라고 ‘예약 고발’을 한 것이라 각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원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 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법)은 이날 0시부로 공포·시행됐다.
헌재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재판소원은 법률상의 쟁송과정에서 이뤄지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이를 전제로 한 법률의 개별적 포섭·적용에 대한 불복절차나 재심절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원 재판과 같은 ‘법률심’이 아니라 ‘헌법·법률상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란 설명이다. 헌재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법원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소원이 16건 접수됐다.
이날 대법원에서 딸 명의 편법 대출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양 의원도 재판소원을 청구하겠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돼 의원직을 상실한다. 양 의원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양 의원이 의원직을 잃으며 6월3일 그의 지역구에선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양 의원이 헌재에 재판소원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헌재가 재보선 여부가 확정되는 4월30일 이전에 가처분을 인용해 본안 판단 전까지 대법원 판결 효력을 정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양 의원은 의원직을 회복한 상태에서 본안 심판을 진행하고 재보선도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
헌재가 재보선 이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더라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2심 또는 대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할 때 양 의원과 재보궐로 당선된 의원 중 누구에게 진짜 의원 지위가 있는지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 측은 이럴 경우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보궐선거가 이뤄졌음에도 재판소원이 인용되는 상황까지 온다면 의원 지위에 대해 다시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고, 누가 진정한 국회의원인지에 대해선 법원에서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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