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법왜곡죄’를 신설한 형법 개정안이 어제 공포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각각 재판장 및 주심을 맡았던 조희대 대법원장, 박영재 대법관이 가장 먼저 법왜곡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 현직 변호사인 고발인은 “조 대법원장 등이 사건의 충실한 검토라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폈다. ‘판·검사가 고의로 법률을 잘못 적용하거나 증거를 은닉 또는 위조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법왜곡죄가 수사 및 재판 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이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무려 10명이 유죄 의견을 냈을 만큼 압도적인 판결이었다. 그런데도 2심부터 상고심 선고까지 걸린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는 이유만으로 “검토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고발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법왜곡죄가 초래할 사법 혼란의 양상을 예고한다. 대법원장도 고발당하는 판에 일선 판사는 말할 것도 없다. 판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남발되면 처벌 여부를 떠나 판결이 왜곡될 수 있다. 사법의 정치화도 우려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판결을 계기로 법왜곡죄 신설 등 이른바 ‘사법 3법’ 입법을 밀어붙였다. 무죄가 선고됐으면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 건의도 무시하고 사회적 공론화 절차도 밟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까지 나서 “법왜곡죄 도입은 문명국의 수치”라고 일갈했겠는가.
대법원은 어제 대출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양문석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1년6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자 양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재가 피고인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심사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제에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심사 아닌가. 그간 숱하게 제기됐던 ‘4심제’의 폐단이 현실화한 셈이다. 사법 3법 발의 때부터 예견됐던 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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