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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끄면… 이별일까, 고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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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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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소셜로봇 일상 스며들어
돌봄·자폐치료·교육현장 등 활용
로봇 이름 붙이고 친구처럼 대화
고장 나 작동 않을 땐 장례식 치러

1인 가구 등 외로움 채울 대안 부상
데이터 수집·사생활 노출 위험도

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브 해롤드/김창규 옮김/현암사/2만원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공장에서 반복작업을 수행하던 산업용 로봇은 이제 가정과 병원, 학교로 들어와 인간의 일상은 물론 감정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 이브 해롤드의 신작인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현장을 추적하며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양서다. 저자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연구, 심리학 실험, 실제 사회 사례를 폭넓게 소개하면서 인간이 로봇에게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소셜 로봇(Social Robot) 사례를 통해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 파트너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도록 설계된 로봇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 로봇에게 말을 걸고, 이름을 붙이며, 때로는 친구처럼 대하고 있다.

“룸바(Roomba)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카펫과 바닥을 청소하는 단순한 원반형 로봇이다. 사람들은 룸바에게 플루어런스, 다스 룸바, 사라, 알렉스, 조이 같은 이름을 붙인다. 조지아 공과대학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로봇을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룸바 사용자 3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사용자들은 룸바를 이용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룸바에게 성별을 부여했고, 3분의 1은 이름을 붙였다. 그중 상당수는 이 평범한 기계에 인격을 부여하고 말을 걸었으며, 일을 잘한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33쪽)

 

이브 해롤드/김창규 옮김/현암사/2만원
이브 해롤드/김창규 옮김/현암사/2만원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 매장 응대용 로봇 ‘로우봇(LoweBot)’, 학생 문의에 답변하는 인공지능 조교 ‘질 왓슨(Jill Watson)’ 등 소셜 로봇은 사람의 감정·언어·표정 등을 이해하고 대화하거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일본 소니가 개발한 개 모양의 로봇 아이보(AIBO)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선 존재였다. 사용자들은 로봇에게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가족 구성원처럼 대했다.

심지어 고장이 나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된 로봇을 위해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일본의 한 사찰에서는 수백 대의 로봇 개를 위한 합동 추모 의식이 열리기도 했다. 이는 인간이 감정을 표현하는 대상이 반드시 생명체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인 돌봄 분야에서도 로봇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물범 모양의 치료 로봇 파로(Paro)는 치매환자와 노인 요양시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손길과 목소리에 반응하며 울음소리나 움직임으로 교감을 시도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로와 상호작용한 노인들은 불안감과 우울감이 감소하고 대인관계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계가 인간의 정서를 보살피는 새로운 형태의 돌봄인 셈이다.

로봇이 어린이 교육과 치료에 활용되는 사례도 흥미롭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사람과의 눈맞춤이나 감정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보다 단순한 표정과 행동을 가진 로봇과는 비교적 쉽게 상호작용한다.

연구자들은 인간형 로봇을 활용해 아이들이 감정 표현을 연습하고 사회적 신호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실제 실험에서는 로봇과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이 향상되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처럼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도구를 넘어 정서적 관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로봇에게 애착을 느끼는 이유를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서 찾는다. 인간은 자신에게 반응하고 의사소통하는 존재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한다. 로봇이 눈을 맞추고 목소리로 반응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기계적 반응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로봇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인간관계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고립이 심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로봇은 인간관계의 빈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로봇은 사용자의 행동과 표정, 음성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정보가 기업이나 기관에 의해 활용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감정 데이터가 상업적 자산으로 전환될 위험도 존재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유사한 감정 표현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단순한 기계로만 취급할 수 있을지, 로봇을 학대하거나 파괴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등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도 던진다. 로봇과 인공 지능시대에 로봇과 인간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돕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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