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여자들/정다정/산지니/2만원
“롱스푼, 무침기, 삽질.”
누구나 학교 급식을 먹고 자라지만, 대부분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는 말들이다. 급식실에서 쓰이는 조리 용어다. 여기서 ‘삽’은 공사장 도구가 아니라 조리도구를 말한다.
‘밥 짓는 여자들’은 정다정의 석사학위 논문(이화여대 여성학과)을 바탕으로 한 대중서다. 저자는 학교 급식 노동자인 어머니를 보며 이 연구 주제를 택했다. 급식 노동자 16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일과와 노동 강도를 살폈지만, 급식실에서만 쓰는 용어와 그들의 생활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서울의 한 중학교 배식원으로 지원해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노동은 예상보다 훨씬 고됐다. 볶음밥은 흔히 솥에서 볶는다고 생각하지만, 500인분을 만들 때는 길이 2m 넘는 직사각형 모양 무침기에 재료를 쏟아넣고 온 힘을 다해 섞어야 한다.
급식실의 하루는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조리와 노동으로 채워진다. 뜨거운 불 앞에서 수백인분의 음식을 찌고 볶고 끓인다. 대형 조리기구와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는 일도 반복된다. 작은 부주의가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기름에 노출되며 폐 질환 위험도 안고 산다.
저자는 대부분 기혼여성이 종사하는 급식 노동이 오랫동안 ‘누구나 할 수 있는 미숙련 일자리’로 평가절하되어 온 맥락을 짚는다. 동시에 많은 노동자가 자기 일을 자부심 있게 여기며, 노조에 가입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목소리 내는 현실도 보여준다.
저자는 밥 짓는 여자들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베테랑 요리사이자 선생님이라 불리지는 않지만 학교의 일원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교육하며 보살피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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