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서울의 도시 공간 구조는 도로와 철도를 중심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의 만성적인 정체와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이미 가진 자원인 ‘한강’을 더 가치 있게 활용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강버스’는 단순한 배 한 척의 도입이 아니라, 서울의 대중교통 패러다임을 효율과 쉼이 공존하는 ‘복합 모빌리티’ 체계로 재편하는 혁신적 비전의 시작이다.
한강버스가 지닌 가장 큰 잠재력은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을 가장 빠르고 쾌적한 ‘교통 회랑’으로 복원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강은 바라보는 대상이었을 뿐, 실제 이동의 통로로는 소외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한강버스를 통해 지상 교통에만 쏠려 있던 부담을 물길로 분산시키고, 꽉 막힌 도로 위가 아닌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이동하는 다변화된 교통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강버스는 기존의 대중교통과는 차별화된 ‘여가 대중교통’으로서 최고의 적합성을 갖는다. 대다수 시민에게 출퇴근 시간은 고단한 인내의 시간이다. 하지만 한강버스는 이동 그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여정이 된다. 탁 트인 파노라마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붉게 물드는 노을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휴식을 선사한다. 여의도, 뚝섬, 망원 등 서울의 대표적인 여가 거점들이 선착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퇴근길에 곧바로 산책을 즐기거나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에도 최적이다.
이러한 여가적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촘촘한 연계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지하철, 버스, 따릉이를 한강버스와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것이 대표적이다. 환승 할인 혜택은 심리적·경제적 문턱을 낮춰주며, 선착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와 조정된 버스 노선들은 ‘강가까지 어떻게 가느냐’는 고민을 덜어준다. 향후 자율주행 셔틀이나 개인형 이동수단(PM)이 선착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한강버스는 단순히 배를 타는 곳을 넘어 도심 속 어디로든 연결되는 ‘모빌리티 허브’로 진화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선착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도록 보행 환경을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 하고, 날씨 변화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운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수상교통 선진 도시인 뉴욕이나 런던 같은 도시들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기상 상황으로 운항이 중단되거나 초기 숙련도 부족으로 접안 시 충돌사고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민들의 생활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듯, 우리에게도 한강버스가 새로운 교통 문화로 자리 잡을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한강버스의 활성화는 지루한 이동 시간을 설레는 여행으로 바꿔주고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최적의 대안이다.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물길 위를 달리는 한강버스가 일상 속에 안착한다면,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매력적인 ‘수변 감성 도시’이자 스마트한 ‘복합 모빌리티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제 한강버스를 통해 한강은 보는 곳을 넘어, 우리가 매일 기분 좋게 이용하는 일상의 길이 될 것이다.
손봉수 연세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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