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스페인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말기 청동기 시대에 신화 속에 존재하던 타르테소스 왕국 시대가 있다. 당시 과달키비르강 하류 유역에서 서양 최초의 위대한 문화가 번성했다고 전해진다. 이 지역은 풍부한 광물 자원 덕분에 귀금속 생산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원전 218년 로마인들이 이베리아반도를 침략했을 때, 이러한 광물 자원을 운송할 도로망 건설에 힘을 썼다. 사모라는 바로 이 은(銀)의 길(비아 데 라 플라타, Vía de la Plata)이 지나갔던 교통의 요지였다. 무역로였던 도시답게 번성했던 구시가지가 여전히 잘 보존되어 있으며, 도시 전체가 로마네스크풍의 예술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려면 미라도르 델 트론코소 전망대로 가면 된다. 전망대에 오르니 두에로강을 가로지르는 13세기에 건설된 돌다리가 눈에 띈다. 이 돌다리를 건너면 중세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로마네스크 건축의 도시로 들어서게 된다.
로마네스크풍의 도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구도심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도시의 건축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 산타 마리아 데 라 오르타 성당을 만났다. 이 성당은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반원형 후진(apse)과 하나의 본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진(後陣, apse)이란 성당 건축에서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부분이다. 예배자나 순례객, 관광객이 성당의 중앙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보는 정면에 해당하는데, 주로 이곳에 제단이나 유물이 놓인다. 로마네스크의 전형적 건축 양식을 따랐고, 전체적으로 작고 아담한 느낌이다. 13세기에는 방어용 탑이 추가로 지어지게 되었다. 건축학적 중요성과 의미를 높이 평가받아 1931년 스페인의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2세기의 또 다른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 산 페드로 이 산 일데폰소 성당으로 갔다. 이 성당은 사모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15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일부 보수되어 두 건축 양식이 섞였다. 사모라의 수호성인인 산 일데폰소(San Ildefonso)와 산 아틸라노(San Atilano)의 유해가 안치된 순례지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스페인 역사 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스페인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다른 중요한 곳은 사모라 대성당이다. 구시가지에 아랍 지배 시절에 지어진 이 요새 옆에 있다. 대성당은 12세기에 건축되었으며, 스페인 로마네스크 건축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꼽힌다. 대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성당 전체는 주로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랐지만, 가장 중요한 제단은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중앙에는 부조가 있고 양옆으로 붉은색 커튼과 기둥이 특징적이다. 사모라 대성당에서 주목해야 할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은 천장 돔(dome)이다. ‘쿠풀라 가요나다(Cúpula gallonada)’라고 불리는 독특한 조개 모양의 돔 구조를 가진다. 돔의 외부는 비늘 모양의 석재 지붕이 특징이며, 내부는 16개의 홈이 있는 아치형 구조로 되어 있다.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돔 내부를 밝히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구시가지에 자리한 비슷한 시기에 건립된 대표적 국가유적들을 둘러보며, 서로 조금씩 다른 건축 양식과 시대적 경향을 감상한 하루였다. 그러한 공간적 체험은 식탁 위에서 재확인되었다. 사모라식 쌀밥에 담백하게 구운 대구살을 곁들이고 여러 타파스를 함께 맛보았다. 여기에 사모라 지역의 유기농 와인을 더해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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