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地選 앞두고 공약 남발 우려…우물가 숭늉 찾기?
경기지역 이미 10개 시·군 경쟁…TF 등 구성 ‘유치전’
화성·고양·안산 등 도전장…고용 창출·상권 활성화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따라 경기 과천 경마장 이전이 추진되면서 도내 시·군 간 경마장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과천시와 한국마사회 직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유치 의사를 밝힌 지방자치단체들도 주민 이견이 불거지는 등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경마장 유치 의사를 밝힌 도내 지자체는 화성·안산·시흥·고양·의정부·양주·남양주·포천·파주·동두천 등 최소 10곳이다. 도내 31개 시·군 3곳 중 1곳꼴로 유치전에 뛰어든 셈이다. 이들은 시청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달아오르는 ‘경마장 유치’…안갯속 전망
지자체 입장에선 경마장이 들어서면 연간 수백억원대 세수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3000명 넘는 일자리 창출, 주변 교통망 확충, 관광객 유입도 긍정적 변화다. 여기에 광역지자체가 지원하는 특별조정교부금과 다양한 협력사업까지 기대할 수 있어 재정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정부가 이전지를 경기도 안에서 찾는 방향으로 검토하면서 도내 경쟁은 나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지역 외에 제주와 경북 영천, 전북 김제·익산, 전남 담양·순창 등도 속속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정부는 ‘1·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과천 경마장 이전으로 주택 9800호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당사자인 과천시와 마사회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천 주민들은 지식정보타운 등 이미 1만 가구 넘는 대규모 개발을 진행 중인데 또다시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교통과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 우려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서울 연결도로 상황에 볼멘소리가 앞선다.
마사회 노조 등 경마 산업 종사자들도 최근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마사회 이전은 기관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 성토했다.
새 후보지들 역시 속내는 복잡하다.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한 ‘말 산업 특구’ 화성시는 간척지인 화옹지구를 후보지로 내세우며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공유수면법, 농지법, 간척지법에 따라 유흥 레저시설 설치가 어려워 시는 특별법 제정 등으로 우회로를 확보할 방침이다.
화성시는 이미 마사회 화옹사업단을 유치해 말 조련 단지를 조성 중이어서 시너지 효과도 강조한다. 말 산업·해양레저·관광 기능을 결합한 체류형 복합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화성시에 있는 환경단체들은 습지보호를 이유로 경마장 유치에 반대하고 있다.
◆ ‘양날의 칼’ 경마장…도박 중독·사행성도 우려
또 다른 ‘말 산업 특구’인 안산은 대부도 승마클러스터를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망과 수백만명의 인접 배후 인구 등이 강점이다. 말 문화 축제나 장애인과 연계한 사회공익 승마, 대부도 생태 관광 자원을 연계한 체류형 승마 등 나름의 특색도 강조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마사회 원당 종마목장이 있어 말 산업 육성 연관성을 앞세운다. 킨텍스 등 마이스(MICE) 인프라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기존 경마장 이미지를 넘어서는 복합 문화·레저 공간으로 재구성한다는 목표다.
파주·의정부·동두천 등도 접경지 보상과 미군반환 공여지, 교통망 확충 등을 거론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 지자체들은 경마장 유치에 ‘국가안보를 위해 내놓은 희생에 대한 보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수십년 간 이어진 규제로 인해 경마장으로 활용 가능한 부지가 많다는 점도 내세운다.
일각에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것이라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예비타당성 등을 조사해 꼼꼼히 따져본 뒤 주민 의견을 수용해야 이견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황금알’의 실체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수와 고용 창출, 관광객 유입 외에 ‘거위의 질병’이 따라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행성 산업이 지역에 들어올 경우 도박 중독과 주거 환경 악화 역시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거 밀집 지역에 장외발매소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마 은퇴 이후 동물권을 둘러싼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생명 윤리 책임의 문제도 거론된다.
한편, 정부는 투기 수요 유입과 지역 내 갈등 확산을 우려해 구체적 이전 후보지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최종 입지는 경기도와 관계 부처, 마사회 등이 협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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