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교육 방식 획기적 전환
AI제시 ‘신포석’ 신주류 부상
“중앙 싸움 늘어난 것도 영향”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면 더 이상 인간이 바둑을 둘 이유가 있는가.”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계에 던진 충격파는 컸다. 인간 지능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바둑에서 세계 최정상의 이세돌 9단이 AI에 패했고, 특히 두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던진 ‘37수’는 ‘신의 수’로 불리며 절망감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바둑의 종말’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바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AI를 통해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바둑 AI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했고, 누구나 AI와 대국하며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레 조성됐다.
물론 초반에는 ‘알파고 충격’에 바둑계가 휘청였다. AI 도입을 놓고도 찬반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반대 목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 관련 논문과 연구내용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결국 바둑계는 AI의 거대한 파도를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길을 택했다. 프로기사들은 AI를 새로운 연구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AI 등장 이전에는 프로기사와 대국을 하고 복기를 받는 게 최고의 공부로 여겨졌지만 (AI 등장으로) 바둑 교육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AI가 보편화하면서 단체로 모여 바둑을 공부하던 문화도 점차 사라졌고, 오랜 역사를 지닌 프로기사 연구 모임인 ‘소소회’도 활동 기반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프로기사가 ‘카타고’(KataGo)와 같은 AI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대국을 분석한다. 최적의 수와 승률을 제시하는 AI의 등장은 인간 프로기사들의 연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과거 프로기사가 학생들에게 정답을 제시하는 절대적인 스승이었다면, 지금 AI는 분석 결과를 설명해주는 ‘해설자’에 가깝다.
이제 바둑계에서 AI는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다. 인간과 함께 발전, 협력하고 상생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김태훈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로기사들은 이제 AI가 제시하는 최선의 수, 이른바 ‘블루 스폿’(AI가 분석한 다음 수 중 승률이 가장 높은 최선의 한 수)을 중심으로 연구한다. 인간이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어려운 수를 AI가 먼저 제시하고, 인간은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 범위 자체가 확장된다”고 분석했다.
AI의 등장은 바둑 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정석은 사실상 폐기되다시피 했고, AI가 만들어낸 이른바 ‘신포석’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일부 수법은 인간이 해석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AI의 수는 인간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그만큼 인간과 AI 사이의 실력 격차가 벌어졌고, AI의 판단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최상위권 기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최근 바둑에서 중앙 싸움이 늘어난 것도 AI의 영향이 크다”며 “AI는 매우 정교하게 수를 읽고 판을 설계하지만, 인간은 이를 완전히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단계에서 AI의 수순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고, 그 지점에서 중앙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후 AI와 바둑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김 교수는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히 AI의 수를 모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AI가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난전이나 심리적 압박, 상대의 스타일을 읽는 전략 같은 인간적인 요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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