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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업영화 여성 인력 21%뿐…독립영화도 남성 중심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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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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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2025 성인지 결산’ 보고서
상업·독립영화 막론 여성 인력 감소
‘정형화 여성 캐릭터’ 5년來 최고
“성인지 관점 퇴행 신호 감지…
산업 지속가능성 약화 요인 우려”

지난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성 창작자의 참여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영화계 성평등이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창작자의 주요 활동 무대로 여겨져 온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조차 남성 창작자의 진입이 여성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는 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2025년 실질개봉작 여성 핵심창작인력 비율 추이. 영화진흥위원회 ‘2025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갈무리
2021∼2025년 실질개봉작 여성 핵심창작인력 비율 추이. 영화진흥위원회 ‘2025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 개봉 편수는 2024년 37편에서 지난해 31편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상업영화에 참여한 인력 전반이 감소했지만, 여성 인력의 감소 폭이 남성보다 훨씬 커 성비 불균형이 심화됐다. 

 

핵심 창작 인력(감독·제작자·프로듀서·주연·각본가·촬영감독)을 보면 남성은 전년 대비 약 21%(52명) 줄었지만, 여성은 약 30%(23명) 감소했다. 그 결과 상업영화 인력 성비는 2024년 남성 76.5%, 여성 23.5%에서 지난해 남성 78.6%, 여성 21.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직군별로 보면 지난해 상업영화 여성 인력은 감독 5명(16.1%), 제작자 18명(28.1%), 프로듀서 8명(20.5%), 주연 8명(25.5%), 각본가 13명(24.5%), 촬영감독 1명(3.3%)에 불과했다. 촬영감독을 제외한 대부분 직종에서 여성 인력의 수와 비율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여성 창작자의 주요 활동 무대로 꼽히는 독립·예술영화계에서도 남성 창작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개봉작은 2024년 121편에서 139편으로 늘었지만, 여성 프로듀서(67→46명), 주연(66→54명), 각본가(49→48명), 촬영감독(20→13명) 수는 오히려 줄었다. 반면 남성은 감독(94→112명), 제작자(160→162명), 프로듀서(91→116명), 주연(57→83명), 각본가(80→99명), 촬영감독(142→157명) 등 모든 직종에서 증가했다.

 

영진위는 “지난해 영화 개봉 시장의 양적 성장이 남성 인력의 증가로만 이어진 배경에는 새롭게 창출된 제작 기회가 여성 창작자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고 남성 창작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된 구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남성 중심 인력 구조는 여성 캐릭터 재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흥행 30위 영화를 대상으로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는 여성 인물이 남성 중심 서사 속에서 구색 맞추기 역할에 머무르거나, 이성애 로맨스 대상 혹은 자기 서사 없는 범죄 피해자처럼 일차원적 기능에 그치는지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분석 결과 여성 캐릭터가 정형화된 방식으로 묘사된 비율은 65.2%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이에 비해 벡델 테스트는 비교적 높은 통과율(56.5%)을 보이며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결과와 괴리를 보였다. 영진위는 “여성 인물의 등장은 양적으로 늘었지만, 역할과 서사적 기능은 여전히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일부 고무적인 변화도 짚었다.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연출작은 2년 연속 5편으로 유지됐다. 서유민 감독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조영명 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 가 해당 작품이다. 또 지난 3년간(2022∼24년) ‘0명’이던 상업영화 여성 촬영감독(‘전지적 독자 시점’ 전혜진 촬영감독)이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영진위는 또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약 20만 관객을 동원해 독립영화로는 큰 성공을 거뒀으며,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서사의 또 하나의 성공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진위는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개선으로 해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남성 중심의 인력 구조가 지속되는 한 여성 인력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영화가 다양성과 재현의 측면에서 뚜렷한 질적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는 산업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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