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 제한 검토에 따른 실수요자 ‘대출 절벽’ 우려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아 선뜻 손이 안 가네요. 대출 규제는 까다롭고 금리도 여전히 부담스러우니 일단 전세로 더 버텨보려 합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40대 무주택자 김모씨는 최근 매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 속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김씨 같은 실수요자들이 ‘매수 대기’로 돌아서며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서울 핵심지의 가격 하락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의 대단지인 파크리오 전용 59㎡(26평)가 지난달 27일 21억 8500만원에 거래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직전 거래가가 27억~28억0000만원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수억 원이 급락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가족 간 증여성 거래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5월 9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급해진 매물이 가격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5월 9일이라는 마지노선을 앞두고 거대한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예고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폭풍 전야의 정적에 휩싸였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ASIL)에 따르면 2026년 3월 4일 기준 서울 성동구의 매매 매물은 한 달 전보다 52.5% 급증했으며 성북구(47.5%), 동작구(47.3%), 강동구(43.5%) 등 주요 지역에서도 매물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5월 9일 이전에 거래를 마치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로 인해 매물을 더 오래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실거주 매물을 제외한 투자 목적의 부동산 거래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 실효세율이 82.5%에 달해 대출 이자 비용과 세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익이 전무하거나 마이너스일 수 있다는 점이 퇴로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규제 칼끝은 이제 실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해 좁혀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사실상의 갭투자 수요로 보고 전세대출 공적 보증을 제한하여 자금줄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주택자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2억 원의 전세대출 보증이 중단될 경우,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1주택자는 본인 집에 살지 않으면서 전세를 사는 주거 형태를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하지만 정책의 그물이 너무 촘촘해지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비거주 1주택 규제는 정책적 성격이 너무 강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투기 목적인지 불가피한 사유인지 정책적으로 다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시장에 혼란이 너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방 발령으로 본인 집은 전세를 놓고 타지에서 임차 거주 중인 직장인이나 자녀 교육, 요양 등의 사유가 있는 실수요자들까지 투기꾼과 동일한 규제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서울에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무주택자라면 7억~10억0000만원 안팎의 주택을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쳐 노도강, 금관구, 강서 쪽 매물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무주택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한 ‘세 낀 매물’을 2028년 2월 11일 입주 목표로 한시적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함 랩장은 “5월 9일 한시적 갭투자는 종료되지만 이후에도 7월 세제개편 등을 통해 매물은 좀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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