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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 배우에 손 내미는 할리우드… 변화 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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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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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브리저튼 4’ 소피 백役 하예린
“외조모 손숙 보며 예술의 힘 느껴”

한국계 배우 하예린(28)이 세계적 화제작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 4에서 그는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슨)’와 사랑에 빠지는 ‘소피 백’ 역을 맡아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올 1월 공개된 ‘브리저튼’ 4 파트1은 2주 연속 넷플릭스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파트2 역시 지난달 26일 공개 직후 1위에 올랐다.

 

4일 서울 중구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하예린은 일부 질문에만 통역의 도움을 받았을 뿐, 능숙한 한국어로 당당하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시리즈의 인기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놀랍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호주에서 태어나 시드니 연극 무대에서 연기에 입문한 그는 미국 파라마운트+ 드라마 ‘헤일로’, 넷플릭스 시리즈 ‘서바이버스’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가 ‘소피’로 발탁된 과정은 극적이었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 머물던 중 에이전트를 통해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고 기대 없이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는데, 며칠 뒤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과의 화상 미팅, 상대역 루크 톰슨과 리딩 등 몇 번의 관문을 거쳤죠. 며칠 뒤 어머니와 브런치를 먹는데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함께 울고 소리치며 기뻐했어요.”

 

하예린의 합류는 캐릭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원작 소설 속 ‘소피 베켓’은 ‘소피 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는 “합격 통보 후 쇼러너(총괄프로듀서)와 인물 설정을 이야기하다가 ‘한국 성씨 중 ‘ㅂ’으로 시작하는 게 뭐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베켓과 발음이 비슷한 ‘백’을 제안했고, 자연스럽게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 배우이기도 한 나의 정체성에 맞는 성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영어 이름 없이 ‘예린’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아온 그는 “영어 이름을 만들지 않아 주신 엄마께 감사하다”며 웃었다.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다양한 인종의 배우를 기용해 현대적 감수성을 담아낸다. 그는 “이 작품의 코어에는 사랑이 있고, 오늘날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전 세계 시청자가 각자의 사랑과 환상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소피는 하녀라는 신분적 한계 속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당당한 인물이다. 베네딕트가 ‘정부(Mistress)’가 되어달라고 제안할 때도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많이들 소피를 ‘신데렐라’에 비유하지만, 가면무도회를 다룬 1회를 제외하면 신데렐라 이야기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신데렐라는 왕자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지만, 소피는 하녀로 일하는 상황에서 베네딕트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도 즉각 잡지 않아요. 이 작품은 상대가 진정 누구인지 알아가는 이야기인 거죠. 계층과 외모, 사회적 지위를 넘어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보고 사랑을 쟁취하려는 이야기요. 누군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회가 가로 막아도 싸울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는 “소피는 위트 있고 지능도 뛰어나지만, 겉은 강해 보여도 내면은 여린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라며 “복합적인 캐릭터라 연기하는 재미가 컸다”고 말했다.

 

데뷔 7년 차. 그는 유색인 배우에게 보다 관용적으로 변해가는 할리우드의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오디션 기회가 많아졌고, 업계가 유색인종 배우에게 대화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과거 ‘헤일로’ 출연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어디쯤 왔을까. 그는 “아직 시작점에 서 있는 느낌”이라며 “가면 증후군(임포스터 신드롬)을 자주 겪는다. 이 자리에 선 게 혹시 운 때문은 아닐지, 그 운이 다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러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동양을 대변하는 길은 아직 멀다”며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 배우로 현장을 이끄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하예린이 연기의 길에 이른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외할머니인 배우 손숙이다. 그는 “어릴 때 할머니의 1인극을 봤는데, 베개를 아기처럼 안아 들고 우는 연기를 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뚜렷하게 기억나요. 객석이 눈물바다가 됐죠. ‘이게 예술의 힘이구나’ 느꼈어요. 위로도 공감도 줄 수 있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는 제 영감이에요.”

 

손숙은 최근 ‘브리저튼’을 모두 시청한 뒤 “자랑스럽다, 사랑한다”고 손녀를 격려했다고 한다. 하예린은 “오늘 아침에도 뵈었는데, ‘예전엔 손숙 손녀 하예린이었는데 요즘은 하예린 할머니 손숙. 더는 여한이 없다’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었다.

 

차기작에 대해 그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제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을 만나고 싶다”며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보다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을 택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기회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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