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가 발전소 현장 하청 노동자 약 60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가운데, 민간 발전정비업계가 “고용안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규 정비 물량이 특정 기관에 집중될 경우 시장 구조 왜곡과 독점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발전정비산업상생협의회는 3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전기공사협회 대강당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산업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직접고용 정책이 신규 복합화력 발전소 정비 물량의 우선·일괄 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는 에너지 전환과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전KPS가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기조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간 정비업계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고용 형태 변경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점유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협의회는 2017년 EY한영회계법인의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2단계 정책결정’을 근거로 들며, 당시 한전KPS의 시장 점유율이 약 36% 수준에서 관리돼 왔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된 채 신규 복합화력 정비 물량이 특정 기관에 집중된다면 이는 정책 보완이 아니라 구조적 독점 회귀”라고 주장했다.
발전정비는 국가 전력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반 산업이다. 지난 20여 년간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경쟁 체제 속에서 기술력과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쟁 구조가 약화될 경우 기술 혁신 둔화와 비용 상승,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5개 민간 기업, 약 3000여명의 정비 인력에 대한 고용 불안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설비 투자와 인력 양성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왔지만, 신규 물량이 공기업에 집중되면 인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인력 보호가 또 다른 집단의 고용 불안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은 정책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고용안정과 경쟁 질서는 대립 개념이 아니라 조화의 대상”이라며 “직접고용과 시장 경쟁이 병행될 수 있는 제도적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업 간 이해 충돌을 넘어, 에너지 전환 시대에 공공성과 시장 경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향후 신규 정비 물량 배분 원칙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산업 구조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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