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에 올라 수치상으론 목표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동계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8년 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평창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계 종목에서 88서울올림픽 효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빙속 강국’의 위상 추락. 스피드스케이팅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이는 강릉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경기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인재(人災)다. 세계는 이미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고강도 훈련으로 저만치 앞서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정신력’과 ‘과거의 문법’에 매몰되어 있었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의 위기도 심각하다. 이번 대회에서 목격한 쇼트트랙은 더 이상 정교한 레이싱의 장이 아니었다. 서구권 선수들이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코스를 선점하고 철저한 블로킹 전략을 구사하는 ‘힘의 전쟁터’였다. 한국의 필승 공식이었던 ‘후반부 아웃코스 추월’은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가 한국의 기술을 완벽히 흡수한 듯했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 시대가 왔다.
우리 선수들이 추월 후 다시 추월당하거나 후반 스퍼트에서 밀린 이유는, 기초 체력의 부재와 상대를 압도할 파워 부족에 있다.
코칭스태프가 자율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목표로 했던 훈련 시간을 스스로 줄여 선수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그나마 스노보드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포함해 3개의 메달을 따낸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이 성과를 두고 ‘빙상 편중 해소’라 자축하기엔 민망하다. 에어매트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선수 개인이 해외를 전전하며 일궈낸 ‘기적’이다. 선수의 사투에 기댄 성과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평창 올림픽 당시 우리는 동계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약속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운’이나 ‘세대교체’ 탓으로 돌린다면, 4년 뒤 우리는 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 것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설상 종목의 기초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인구 절벽 시대에 맞는 선수 육성 제도 보완도 시급하다. 평창의 불꽃은 꺼졌을지언정, 한국 동계스포츠의 불꽃마저 꺼뜨릴 수는 없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전직 헌재소장의 ‘반성’](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6/128/20260226521020.jpg
)
![[기자가만난세상] 책장을 ‘넘긴’ 기억 있나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6/128/20260226520967.jpg
)
![[삶과문화] 한 방향만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6/128/20260226520603.jpg
)
![‘판사 이한영’의 경고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6/128/20260226520950.jpg
)








![[포토] 카리나 '눈부신 등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300/2026021950820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