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2009)에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고 묘사되는 못생긴 여자가 등장한다. “누구 하나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그녀가 그 자리에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추한 여자의 비애를 그린 소설을 영화로 시각화하는 일은 난제에 가깝다. 이종필 감독은 이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며 못난 얼굴에 집착하는 대신, ‘사랑할 자신이 없는 얼굴’을 표현하는 길을 택했다. 외형의 추함 대신 마음의 위축을 형상화한 이 선택은, ‘이런 수가 있었구나’ 싶을 만큼 설득력 있는 각색으로 완성됐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이 감독의 영화 ‘파반느’는 지난 20일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영화 부문 7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못생긴 여자 미정(고아성), 가벼운 농담과 익살 뒤에 진짜 자신을 숨긴 요한(변요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은 무기력한 청춘 경록(문상민). 각기 다른 결핍을 품은 세 사람은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다.
주차 아르바이트생인 요한·경록과 달리, 미정은 취업 성적 1등으로 입사한 백화점 사무직 정직원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백화점 지하창고에서 궂은일을 도맡는다. 음울한 인상과 어두운 분위기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 ‘공룡’이라 불리며 배척당한다.
늘 어둠 속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는 미정은 처음으로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경록을 만나며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문상민은 태어나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경록을 연기했다. 처음엔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때로는 혼란에 머뭇거리지만, 결국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그의 첫 영화 출연작. 신인 특유의 투박하고 아직은 노련하다고 하기 어려운 연기는 경록의 서툰 진심과 묘하게 맞물리며 의외의 설득력을 만든다.
영화 제목은 모리스 라벨의 연주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왔다. 미정은 클래식 음악을, 요한과 경록은 록 음악을 사랑한다. 그만큼 음악은 이 영화의 무드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싱어송라이터 이민휘 음악감독의 신들린 터치는 곳곳에서 빛난다. 호프집, 레코드 가게 등 주요 공간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이 흐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은 장면마다 감정의 파고를 정교하게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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