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고치고 여태 방치
간첩법 적용 범위 ‘적국’으로
한정한 건 OECD서 한국뿐
‘외국 및 그에 준하는 단체’로
적용 범위 확대해 법 실질화
간첩 행위 규정은 구체화해
법 적용 남발 안 되도록 명문화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1953년 일본의 전시형법을 모방해 만들어진 뒤로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던 이 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는 헌정사상 첫 사례다.
◆‘외국 간첩’ 처벌 규정 신설
개정 간첩법에는 외국 등을 위한 간첩 행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조항은 종전과 동일하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선 간첩 행위를 ‘적국 또는 외국을 위해 지령, 사주, 그 밖의 의사 연락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로 구체화했다. 간첩 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던 기존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간첩법 적용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기존 간첩법엔 적국을 위한 간첩을 처벌하는 규정만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적국은 현재 기준 사실상 북한뿐이다. 따라서 지구상 그 어느 나라에 국가기밀을 누설해도 북한만 아니면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더욱이 북한은 우리 법체계상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여서 북한을 위한 간첩에 간첩법을 적용할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북한 간첩에게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기존 간첩법으로는 그 어떤 간첩도 처벌할 수 없었다.
간첩법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한정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밖에 없었다. 2024년 7월 군 정보요원들의 신상을 1억6000만원을 받고 중국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난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에게도 간첩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중국은 적국이 아니어서다. 외국인들이 “취미 생활”이라며 드론으로 군사기지와 국가정보원 등을 무단 촬영해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의 기술탈취 막을 보호막”
치명적 법망 미비 상황이 70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각 기업의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탈취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우리의 경제안보도 위협받았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반도체 등 기술이 유출돼 추산되는 경제적 손실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는 기술탈취가 반복될 경우 외국과의 기술격차가 좁아지다 못해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간첩법이 조속히 개정되길 바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안기현 사무국장(전무)은 “연구·개발(R&D)은 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한 것이다. 그것이 곧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라며 “기술 유출은 그 많은 노력의 산물이 한꺼번에 경쟁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반도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보안한림원 강기중 회장도 “1등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데 1등에서 2등으로 추락하기는 너무 쉽다. 추락하면 못 올라온다”며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쳐주는 보호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첩법 개정은 외국 정부 주도의 우리 핵심기술 탈취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입법”이라고 했다.
유창준 전 국정원 방첩국장은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사범에 대해 정말로 간첩죄를 물을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핵심기술들이 그간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생각했던 외국 세력들도 앞으로는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국장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기밀유출 사범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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