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간 공개된 활동이 거의 없었던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전직 고위직들이 최근 현지 매체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이들 원로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기 집권 시작 이후 소식이 사실상 가려졌다가 지난달 24일 중국 당국이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을 숙청했다고 발표한 뒤 매체에 다시 등장해 주목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후 전 주석은 ‘공산주의 전사’로 불리는 원로 장성 랴오시룽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 통신은 시 주석 등 상무위원들이 지난달 23일 사망한 랴오시룽의 빈소를 방문하거나 유가족에게 조의를 건넸다고 전하면서 후 전 주석도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랴오시룽이 2012년까지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을 지난 만큼 그때까지 국가주석이었던 후 전 주석과의 인연은 있을 수 있지만 중국 관영매체가 이를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후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항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사실상 강제로 끌려가는 것같이 퇴장한 뒤 이들의 불화설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이어 춘제(중국의 설)를 4일 앞둔 지난 13일 시 주석을 포함한 지도부가 원로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는 과정에서도 후 전 주석이 부각됐다. 중국 지도부의 은퇴 원로들에 대한 새해 인사는 집단지도체제였던 후 전 주석 집권기까지는 매년 관영매체들이 비중있게 다뤄온 행사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 등 현 지도부는 후 전 주석을 비롯해 주룽지 전 총리, 리루이환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자칭린 전 정협 주석, 장더장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 정협 주석, 리잔수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 정협 주석을 직접 찾거나 책임자들을 통해 명절 인사를 했다.
특히 원자바오 전 총리가 쓰촨성의 베이촨 중학교의 교장에게 “참고 흔들리지 말라(堅忍不拔)”는 내용이 담긴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설 당일인 17일과 그 이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 홍콩 성도일보 등에 보도됐는데 이는 중국 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원 전 총리는 2008년 쓰촨성 원찬 대지진 때 구조 및 구호 작업을 현장 지휘한 바 있으며 현지에서 지진으로 교사와 학생 등 수천명이 숨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베이촨 중학교를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무엇보다 성도일보가 원자바오 친필 연하장을 보도하면서 그가 베이촨 중학교 방문 때 ‘다난흥방’(多難興邦·많은 시련이 나라를 일으킨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칠판에 적었다고 보도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그대로 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당시 대지진이라는 국난 극복을 강조한 말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장유샤·류전리 숙청 이후 불안정한 현재의 중국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총리는 2013년 퇴임 전에도 광범위한 민주화에 바탕을 둔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해 중국 권력의 주류인 보수 세력과 각을 세웠으며 시 주석과도 비우호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원 전 총리는 퇴임 후 △베이징을 떠나 고향 톈진으로 돌아가고 △언론 취재에 불응하며 △새 지도부 행보를 논하지 않으며 △회고록을 쓰지 않겠다는 4불(不) 원칙을 천명한 채 모친 양즈윈 여사를 모시면서 스스로 칩거에 들어갔다.
그렇게 8년 가까이 세상과 담을 쌓았던 원 전 총리는 2020년 12월 별세한 모친을 그리는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4부작 사모곡을 2021년 4월 마카오에서 발간되는 잡지 ‘오문도보’에 연재하면서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해당 글이 SNS에 공유돼 급속도로 확산하자 중국 검열 당국이 서둘러 공유 금지에 나섰다. 중국 검열 당국은 글에 ‘자유’ 등 금기 단어를 포함해 시진핑 지도부를 위협할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하고 규정 위반이라는 명분으로 차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원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다소 과민 반응을 보인 중국 당국이 베이촨 중학교 교장에 대한 연하장 관련 보도를 차단하지 않은 데는 최근의 중국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쓰촨 대지진 구조·구호 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을 포함해 서민 총리 이미지가 강한 원 전 총리의 ‘다난홍방’ 같은 연하장 메시지가 장유샤·류전리 숙청에 따른 정치 불안을 느끼는 중국인을 다독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묵인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온건파이자 개혁개방을 중시했던 원 전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현 중국 지도부가 올해부터 5년간 이뤄질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합리적인 경제 운용과 민생 우선 정책을 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시댄스 쇼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86.jpg
)
![[기자가만난세상] 시행 못한 2025 여성폭력방지정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05.jpg
)
![[세계와우리] 李 대통령 3·1절 기념사가 궁금하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삶과문화] 시인이라는 멋진 운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190.jpg
)






![[포토] 카리나 '눈부신 등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300/20260219508200.jpg
)
![[포토] 혜리 '완벽한 비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300/2026021950839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