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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잔인한 설날’…‘떡값’은커녕 파산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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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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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태도와 자금난이 겹치며 사실상 ‘청산’ 단계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임금 체불이 현실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설 연휴 ‘임금체불’ 현실화…회생절차 난항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다음 달 3일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연장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현장 상황은 파산에 가깝다. 당장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측은 경영진 메시지를 통해 1월 급여의 절반을 설 연휴 이후인 2월12일에나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명절 상여금과 2월 급여 지급 역시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직격탄은 긴급운영자금대출(DIP) 확보 실패였다. 회생 기업의 산소호흡기라 불리는 DIP 금융을 위해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지주,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 원씩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츠와 산업은행은 회의적이다. 경영 실패의 1차 책임자인 MBK가 3분의 1 정도의 책임만 지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민간 기업의 부실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DIP 금융 협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법원은 기존 회생계획안에 의구심을 표하며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회생절차 지속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에 착수했다. 법원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 소속회원들이 10일 서울 광화문 월대 앞에서 홈플러스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 소속회원들이 10일 서울 광화문 월대 앞에서 홈플러스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입점업체 “예고된 투기자본의 비극”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투기자본의 기업사냥’ 방식을 지목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했다.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수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실제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절반에 달하는 약 4조 원가량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빌려 조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빚의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MBK가 아닌, 홈플러스가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MBK의 인수 후 홈플러스 행보가 ‘단기 이익 회수’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MBK는 알짜 매장 부지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료를 내고 들어가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을 단행했다. 당장 현금은 확보했지만, 매년 수천억 원의 임대료 부담이 추가되며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현재 총 68개 임대 매장 중 MBK 인수 후에 임대 매장으로 전환된 매장은 14개뿐”이라며 “대다수의 임대 매장은 MBK의 인수 전 대형마트 호황기에 계약된 매장들”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 뉴시스

◆정치권 압박 고조… “사재출연 약속 어디 갔나”

 

MBK의 ‘먹튀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연일 압박 강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자금조달의 귀재라는 MBK가 긴급운용자금의 일부만 책임지겠다고 버티며, 아무 관련 없는 산업은행에 1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일방 발표했다”며 “20만 종사자의 일자리를 인질로 정부 돈을 끌어내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던 MBK는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홈플러스) 회생 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MBK가 노골적으로 청산 절차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회생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비 대출 신청에 내몰리고 있고, 법원 역시 더 이상 회생절차를 기다려줄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공언한 5000억 원 규모의 사재 출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은 홈플러스의 자산 가치를 회복시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닌 ‘정상화’ 목적임을 분명히 했으나, 현재의 지지부진한 자금 지원은 사실상 청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 결단 내려야”… 제3자 관리인 선임 제안

 

정부가 나서야 할 만큼 긴급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 의원은 우선 MBK 출신인 회생관리인을 공적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 등에서 추천하는 제3자 관리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트산업노조 역시 이를 바라고 있다.

 

이후 41개 점포 폐점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매수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MBK가 주도한 회생계획안을 누구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점포를 폐점하더라도 나머지 점포는 확실히 살릴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가 이대로 청산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만 명의 직접 고용 인력뿐 아니라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종사자 등 20만 명의 생계 및 5만여 농어가의 판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서울 종로 경복궁 인근에서 무기한 단식과 삼보일배를 이어가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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