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로 다스려야···외국선 다 그렇게 해
세계 1위 기술력 외국에 빼앗겼는데도
경각심 갖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사무국장(전무)은 기업이 보유한 핵심기술 유출 행위가 엄연한 간첩 행위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KSIA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 300여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산업통상부 유관기관이다.
간첩법 개정의 핵심은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것이다. 현재 적국이 사실상 북한뿐이다 보니 지구상 그 어느 나라에 기밀을 누설해도 북한만 아니면 현행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간첩법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한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1953년 일본의 전시형법을 모방해 만든 지금의 간첩법은 단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의 남은 입법 절차는 본회의 상정과 의결뿐이다. 그러나 여야 정쟁 속 뒷전으로 밀리며 여태 상정되지 않고 있다.
안 사무국장은 “기술유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정말 큰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마주한 현실은 위기 상황이다. 외국과의 기술격차가 아주 근접해 있다”며 거듭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를 지난 12일 전화 인터뷰했다.
―반도체업계가 느끼는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기술개발은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된다. 반면 기술유출은 우리 기업의 피해이자 경쟁국에 이로운 일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산업이다. 기술유출은 국가 안위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니 간첩죄로 다스려야 할 사안으로 봐야 한다. 해외에선 이미 그렇게 한다.”
―기술 탈취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가.
“기술유출 사례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실제 기술을 빼간 해외 기업은 경쟁력이 높아졌고, 반대로 우리의 경쟁력은 낮아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연구·개발(R&D)은 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한 것이다. 그것이 곧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기술유출은 그 많은 노력의 산물이 한꺼번에 경쟁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반도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
―반도체는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되는데.
“그렇다. 반도체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중요성 면에서 국방기술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방위를 위한 우리만의 고유기술이 있는데 유출되면 어떻게 되겠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그걸 막아줄 수 있는 법이 간첩법 개정안이다.”
―산업기술보호법으로는 부족한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유출 사례가 반복되고 있잖나. 혁신적인 대책, 즉 간첩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에선 이게 혁신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다 하고 있으니까. 지금의 법적 제도적 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 여태 간첩법 개정이 안 됐을까.
“국가안보를 이념적으로만 봐서 그렇다. 경제를 안 본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력을 가진 나라다. 그 기술로 경제·산업이 성장했고 국가가 안정됐다. 이 구조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무너진다. 이제 간첩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경제적 관점을 넣어야 한다. 우리는 2021년 무렵부터 ‘경제안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경제안보의 시대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기술 유출 행위를 간첩 행위로 봐야 한다.”
―기술유출로 외국에 역전당하면 우리가 재역전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중국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 규모가 작고, 우리가 시장이 아니다. 인력 규모도 작다. 빼앗기면 다시 찾아오지 못한다. 실제 우리가 세계 1위를 하다가 외국에 빼앗긴 기술이 있다. 우리가 지켜내지 못했다. 우리는 한동안 발전만 해 왔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겼다. 잃어버리면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한 것 같다.”
<간첩법 개정 필요성 관련 기사>
▲“1등 되긴 어렵지만, 2등 추락 순식간… 간첩법 개정, 경제안보 지킬 보호막”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118508347
▲[단독] 정성호 법무장관 “간첩법 개정 연내 처리, 與에 강력히 요청할 것”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105507360
▲기밀 빼내도 간첩 처벌 못해… 법안 논의 재개 촉각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105516909
▲[단독] 李정부 국정원장 후보자 “간첩법 정비 시급”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7516141
▲[단독] 헌정사상 첫 前 국정원장의 간첩법 개정안 추진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8506970
▲박지원 “산업스파이 기술 유출 형량 가벼워… 간첩죄로 엄벌해야”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8508996
▲[단독] “간첩죄 처벌 못하는 韓… 미·중·일·러 흑색요원들 활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28516571
▲[단독] 유창준 前 국정원 방첩국장 “정보 수집 넘어 영향력 공작까지… 시대 맞게 간첩법 개정을”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2851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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