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대통령 6명 모두 조기 퇴출
7번째 대통령마저 4개월 만에 탄핵 위기
재임 기간이 3년도 안 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지막 국외 출장은 2024년 11월 14∼21일 이뤄진 남미 순방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한국보다 꼭 1년 먼저 에이펙 의장국을 맡은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에이펙의 오랜 관행에 따라 회의 마지막 날 차기 의장국인 한국의 윤 대통령에게 의사봉을 전달했다.
두 정상이 의사봉을 주고받는 광경은 한국·페루 양국에서 모두 화제가 됐으나, 정작 그들은 얼마 안 지나 정치적 파멸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탄핵소추를 당한 데 이어 2025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끝내 파면됐다.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부패 혐의가 드러나 2025년 10월 의회의 탄핵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페루 의사봉의 저주’란 말이 나돈 것도 무리는 아니다.
페루에서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 뒤를 이은 호세 헤리 현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처해 눈길을 끈다.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페루 의회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 탄핵소추안 논의를 위한 의회 임시 본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헤리 대통령의 운명이 걸린 회의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국회 탄핵소추와 헌재 탄핵심판 두 단계를 거치도록 한 한국의 공직자 탄핵 제도와 달리 페루는 의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그것으로 탄핵의 효력이 발생한다. 페루 의회의 재적 의원 130명 중 3분의 2(87명)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은 곧장 파면된다.
헤리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탄핵 위기에 처한 것은 중국계 기업과의 정경 유착 의혹 때문이다. 헤리 대통령은 의회 의원 시절인 2024년 페루에 진출해 수력 발전소를 지으려는 A업체와 긴밀히 접촉하며 인허가 등 각종 편의를 봐준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페루 검찰은 A업체가 그 대가로 헤리 대통령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그런데 2011년 취임한 군인 출신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이 2016년 퇴임한 뒤로는 약 10년간 어느 대통령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며 지금의 헤리까지 무려 7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이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 때문인데, 직전의 볼루아르테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 4명이 탄핵으로 파면을 당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무엇이 문제일까. 1993년부터 시행 중인 현행 페루 헌법의 구조적 흠결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다당제 국가인 페루 의회는 안정된 과반 다수당 출현 없이 군소 정당들이 난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의회 의원 3분의 2 이상만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쫓겨난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의회가 탄핵소추를 하면 헌재 같은 별도의 헌법 기관이 파면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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