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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협상 재개… ‘제로 농축’ 후퇴, 북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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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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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오만의 중재로 핵협상을 재개했다. 양측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고위급 간접 회담을 갖고 핵 프로그램과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해 다섯 차례 협상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대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이란 양국은 오는 1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다시 마주앉는다.

 

이번 협상의 뿌리는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JCPOA)에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하산 로하니 정부는 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독일과 함께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한도를 3.67%로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를 “역사상 최악의 거래”라고 비판하며 일방 탈퇴하면서 합의는 사실상 붕괴했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강화되면서 이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
2025년 4월 16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

JCPOA 발효 직후 한·이란 무역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2017년 한국은 이란산 원유 및 콘덴세이트를 약 1억4787만 배럴 수입했고, 이는 당시 전체 원유 수입의 약 13% 수준이었다. 이란은 한국의 3위권 원유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2019년 5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 예외(waiver)를 종료하면서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같은 해 9월 이란중앙은행이 미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금융 거래까지 위축됐고, 양국 교역은 급격히 축소됐다.

 

이란은 이후 러시아와 전략적 밀착을 강화했다. 에너지·금융·교통 등 전방위 협력을 확대하며 서방 제재에 대응하려 했지만, 2025년 하반기 유엔 제재 ‘스냅백’ 절차가 완료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재가동됐다. 리얄화 가치가 급락하고 경제 불안이 심화되자, 이란은 다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 문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농축 역량 보유를 전면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미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측은 지난해 이란 영토 내에서 3%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규 농축시설 건설은 불허하고, 핵심 인프라 해체와 원심분리기 연구·개발 중단 등의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제로 농축’에서 제한적 농축과 엄격한 검증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협상 구도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을 400㎏ 이상 보유한 상태다. 이는 무기급(90%)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 우라늄 농축 비율이 20% 미만인 경우를 ‘저농축 우라늄’으로, 20% 이상인 경우를 ‘고농축 우라늄’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협상 구도는 북한 문제와도 겹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은 북한이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완전한 핵 폐기를 협상의 전제로 삼는 접근이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관리와 검증의 틀 안에서 핵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 사례는 제재 체제 안에서도 제한적 교역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은 원화·리얄화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란산 원유 대금을 국내 은행에 예치하고, 이를 이란이 한국산 물품을 수입하는 데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란중앙은행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대금을 예치했다. 달러 결제망을 직접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제재 틀 안에서 거래를 관리한 사례였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안한 ‘신(新)평화교역시스템’과도 맞닿는다. 북한의 수출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고 이를 인도적 목적에 한해 사용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제재를 전면 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재 체제 내에서 관리 가능한 교역 모델을 설계하자는 접근이다.

 

결국 이란 사례는 러시아라는 전략적 후견국이 존재하더라도 국제 제재의 구조적 압박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한적 협력은 가능하지만 금융과 무역 체계의 정상화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러한 구조는 북한에도 적용된다. 러시아와의 밀착이 단기적 완충 효과를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 경제 안정과 체제 지속성을 고려할 경우 제재 완화를 둘러싼 협상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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