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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동료, 오늘은 AI”…벼랑 끝 청년들이 다시 ‘나의 아저씨’를 꺼내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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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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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만 명 ‘집단 고립’ 쇼크, 유재석·백종원이 건네는 ‘나의 쓸모’에 대하여

어제까지 공모전을 준비하던 동료의 자리를 AI가 꿰차고, 기업은 가르칠 시간조차 없다며 신입의 이력서를 밀어낸다. 2026년 1월, 대한민국 청년들의 겨울은 유독 길고 춥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구직 활동조차 포기한 채 ‘그냥 쉬었다’는 인구만 27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회로 나갈 문이 닫히자 청년들은 다시 집으로 숨어들고,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해진 현실은 가족 간의 갈등이라는 또 다른 상처를 낳고 있다.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백종원의 냉정한 조언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깊은 위로, 유재석의 성실함이 담긴 철학이 다시금 회자되며 취준생들의 시린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2026년 1월, ‘그냥 쉬었음’ 인구가 278만명에 달하며 청년 고용 시장은 유례없는 한파를 맞이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026년 1월, ‘그냥 쉬었음’ 인구가 278만명에 달하며 청년 고용 시장은 유례없는 한파를 맞이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계엄 사태보다 더 춥다”…숫자가 증명하는 청년 노동의 ‘증발’

지난달 구직 활동조차 포기하고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278만4000명.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월 기준 최대치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미쳤던 2024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취업자 증가폭”이라며 고용 시장의 전례 없는 침체를 지적했다.

 

세부 수치는 더욱 참혹하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에서만 19만9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14만명 이상 증가하며 고용 시장의 ‘허리’가 끊겼음을 보여준다. 특히 농림어업(-10만700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9만8000명) 등 핵심 산업군의 감소세가 뼈아프다.

 

경제지들이 주목한 지점은 더욱 서늘하다. 인공지능(AI)이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코딩을 짜는 엔지니어링, 도면을 그리는 건축 설계, 판례를 분석하는 법률 보조 등 고도의 전문직 일자리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3.6%로 주저앉았다. 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신입 사원이 ‘중고 신입’이 아니면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2026년, 청년들은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과 자립 불가능한 현실 사이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독립을 위해선 주거비와 최소 생활비 등 수억원에 달하는 유무형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닫힌 취업문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발판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명절 귀성을 포기하고 고립을 자처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유머가 아닌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 백종원의 독설 “세상은 원래 안 공평해, 그러니까 실력을 키워”

이런 척박한 현실 앞에서 청년들이 소환한 첫 번째 멘토는 백종원이다. 그는 취준생들에게 달콤한 위로 대신 쓴소리를 던진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아. 그걸 인정해야 다음이 있어. 운도 실력이고, 그 운을 잡으려면 일단 네 자리에 서 있어야 해” 닫힌 취업문 앞에서 자책하는 청년들에게 그의 말은 역설적으로 ‘네 탓이 아니다, 다만 멈추지는 마라’는 생존의 주문이 된다. 제조업 취업자가 19개월, 건설업이 21개월째 감소하는 산업 현장에서 스펙 한 줄보다 ‘현장에서 버티는 근육’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을 고민하게 만든다.

“세상은 원래 안 공평해” 백종원은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생존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뉴스1
“세상은 원래 안 공평해” 백종원은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생존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뉴스1

 

■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위로 “아무것도 아니다, 행복하자”

백종원이 등을 떠밀어준다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은 무너진 마음을 다독인다. “내력이 세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행복하면 돼” 실업률이 두 달째 4.1%를 기록하고 실업자 수가 121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쉬었음’ 인구 278만명 속에 포함된 이들에게 이 대사는 “직업이 너라는 존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는 다른 드라마 ‘미생’의 오상식이 던진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완생으로 나아가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텅 빈 이력서 뒷면에 숨겨진 청춘들의 치열한 삶 그 자체를 긍정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박동훈의 대사는 직업이 존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나의 아저씨’ 화면 캡처
“아무것도 아니다” 박동훈의 대사는 직업이 존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나의 아저씨’ 화면 캡처

 

■ 유재석의 공감 “그냥 하는 거야, 고민은 짧게”

여기에 국민 MC 유재석의 꾸준함이 청년들에게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그는 무명 시절을 견디며 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오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고물가에 사과 한 알이 1만원을 넘고 독립은커녕 ‘캥거루족’으로 회귀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삭막한 2026년이지만, 그는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가장 위대한 성공”이라며 청년들에게 숨 쉴 틈을 내어준다. 임시근로자가 9만명 이상 감소하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말라는 당부다.

유재석은 거창한 성공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가장 위대한 성공이라 말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유재석은 거창한 성공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가장 위대한 성공이라 말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 닫힌 문 앞에서 필요한 것은 ‘존중’에 기반한 동행

정부는 “맞춤형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책적 변화보다 ‘나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회적 존중’이다.

 

백종원의 현실 감각과 박동훈의 따뜻한 시선, 그리고 유재석의 성실함이 교차하는 지점. 그곳에 2026년 고용 절벽을 넘을 실마리가 있다. “사고 안 치고 착실하게 살아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스펙”이라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질 때, 청년들은 비로소 278만명이라는 차가운 수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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