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들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의 여자친구였던 여성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20대 남성 2명이 사망했다. 1명은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서울강북경찰서는 12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상해치사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20대 초반 여성 A씨(무직)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대 남성 총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 BZDs)’은 주로 △항불안 △수면 유도 △근이육완 △항경련 효과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신경안정제 계열의 약물이다.
A 씨는 이 약물을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어떤 이유로 정신과를 방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A 씨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14일 시작됐다. 그는 이날 오후 11시 23분쯤 첫 번째 상해 피해자인 20대 초반 남성 B 씨와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교제 중이었는데 A 씨는 주차된 차 안에서 B 씨에게 '피로회복제'라며 성분 불상의 음료를 건넸다.
이를 마신 B 씨는 약 20분 뒤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B 씨의 부모에게 연락한 뒤 B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B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두 번째 피해자인 20대 초반 남성 C 씨는 A 씨와 함께 지난 1월 28일 오후 9시 24분쯤 강북구 수유동 소재의 한 모텔에 동반 입실했다.
C 씨도 A 씨가 건넨 숙취해소제를 먹고 잠이 든 후 이튿날인 29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세 번째 피해자 20대 중반 남성 D 씨는 A 씨와 지난 9일 오후 8시 40분쯤 수유동 소재 호텔에 함께 입실했다.
A 씨는 이때도 C 씨에게 건넨 것과 동일한 숙취해소제를 D 씨에게 먹였다. D 씨는 다음 날인 10일 오후 6시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C 씨가 사망한 모텔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의 입·퇴실 기록을 확인해 추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B 씨의 신고를 확인했고 A 씨를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에 나섰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카페 주차장과 숙박업소 내에서 남성들과 의견 충돌 등을 이유로 숙취해소제에 약물을 섞어 건넸다"며 "피해자들이 '죽을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링 분석 등 추가 수사를 통해 A 씨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최기원 서울북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검은색 외투와 짙은 감색 바지 차림으로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A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 내부로 향했다.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오후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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