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해외에 나가서도 일본의 국익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던 전직 총리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를 응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도쿄 세타가야구 거주 70대 남성 유마씨)
“자민당이 너무 많은 의석을 차지하면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돌진하지 않을까요. 그게 진정한 ‘강한 일본’입니까. 그래서 전 사전투표에서 (야권 신당) 중도개혁연합에 힘을 보탰어요.”(도쿄도에 사는 60대 여성 A씨)
다카이치 총리 ‘친정 체제’ 강화냐 정권 교체냐가 걸린 중의원(하원) 선거가 8일 전국 4만4000여 투표소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는 지역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을 합친 465석의 주인이 새로 가려진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정권 운영을 점치는 데 있어 여당이 얼마나 의석을 늘릴지가 초점”이라고 전했다. 전체 248석인 참의원(상원)에서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의석수 합이 120석으로 과반에 5석 모자라지만, 이날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선(233석)을 돌파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국정 운영에 강한 탄력을 받게 된다. 총원 3분의 2인 310석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다. ‘여소야대’ 참의원을 무력화하는 셈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7.17%로 집계됐다. 2024년 10월 치러진 직전 총선 당시 동일 시간대 10.44%와 비교해 3.27% 낮다. 전국 곳곳을 강타한 폭설과 혹한의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2월에 총선이 치러지는 것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시코쿠 에히메현 사이조시는 산기슭에 있는 투표소 6곳의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4시로 당기기로 했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원칙적으로는 오후 8시까지이지만 유권자의 안전과 투표함의 개표소 이동 등을 고려한 조치다. 총무성은 전체 투표소의 42%인 1만8000여 투표소가 눈 등의 영향으로 투표를 일찍 마감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악천후를 예상한 유권자들은 ‘기일 전 투표’라고 부르는 사전투표를 활용했다. 지난 6일까지 열흘간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전체의 20%인 2079만명으로 집계됐다고 총무성이 발표했다. 직전 총선 때보다 26.6%나 늘었다. 폭설 등으로 초반에 사전투표율이 저조했고 토요일인 전날 투표수는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에서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조직력이 강한 공명당(현 중도개혁연합)에게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지만, 다카이치 내각 지지세가 견고한 젊은층과 무당파가 투표에 적극 참여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정치권 최대 관심사는 고물가 대응이다. 그러나 자민당마저 현행 8%인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제로(0)화하겠다고 돌아서면서 여야 간 차별성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내각의 높은 지지율이 얼마나 선거에 반영될 것인지, 다카이치 내각의 우경화를 견제하며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창당한 중도개혁연합이 중의원 해산부터 투·개표까지 16일이라는 짧은 기간 유권자에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전날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 공원에서 열린 다카이치 총리의 마지막 유세 현장에는 기온이 전날 대비 10도 이상 떨어지고 눈발이 흩날리는데도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지역구 자민당 후보 차량은 유세 1시간여 전부터 후타코타마가와역 인근을 돌며 “잠시 후 다카이치 총리가 응원 유세를 온다”며 공원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에 설치된 네 곳의 보안 검색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유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리는 일찌감치 꽉 들어찼다. 곳곳에서 “사람들 정말 많다”며 놀라워하는 말이 들려왔다. 사회자가 “다카이치 총리가 도착했습니다”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휴대폰 조명을 켜서 흔들며 총리를 환영했다. 아이돌 콘서트장이나 스포츠 빅 이벤트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여성 M씨와 S씨는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에 대해 “일본을 활기차게 만들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 몇몇 총리 때 지지부진했던 정책 추진도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에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다만 “자민당 지지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주요 언론사들의 막판 판세 예측대로 연립 여당이 300석 이상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녀와 함께 유세장에 나온 유마씨는 다카이치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점과 ‘웃는 얼굴’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총리들은 외국 정상들과 만나더라도 표정도 어둡고 ‘일본 총리로서는 대응이 좀 부족하다’는 인상을 많이 줬다”며 “그런 점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0도 다른 총리”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유세에서도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적극재정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자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자신이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압승을 예상하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투표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울 뻔했다”며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일본 최고 유행어로 꼽힌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를 다시 한번 외친 그를 향해 청중들은 “힘내라”, “이기자”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반면 이 같은 현상을 “우연히 여성 총리가 등장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모습”으로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의 첫 유세 현장인 도쿄돔 옆 분쿄구 레키센공원에서 만난 A씨는 “다카이치 총리는 여성성보다는 강한 남성 느낌이 강한데 국민 전체가 별다른 신념 없이 아이돌처럼 여기고 있다”며 “이대로 자민당이 크게 이긴다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야당과) 충분한 대화도 하지 않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서 중도개혁연합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그가 말하는 ‘강한 일본’이라는 것도 환상에 불과하다”며 “각 개인의 삶이 나아져야지, 진짜로 개헌 발의선까지 차지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돌진해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제1당’을 목표로 중도개혁연합을 창당했으나 신당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중도개혁연합 노다 요시히코,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도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7일 접전지인 도쿄도내 곳곳을 돌며 “격전 지역구가 너무 많다. 특히 대접전인 지역구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다 대표는 스기나미구 유세에서 “엥겔지수(가계 총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44년 만에 최고가 됐다. 식료품(소비세율)을 0%로 하겠다. 가을까지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투표는 오후 8시에 최종 마감된다. 개표 윤곽은 9일 새벽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날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 어느 정도 가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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