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직 등 뉴스룸 300명도 감원
스포츠·국제 등 부서 폐지·축소
“저널리즘 사수” 인수 약속 무색
친트럼프 성향 전환 후 사익 추구
1877년 창간 이후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미국 언론의 양대 정론지로 자리매김해 온 워싱턴포스트(WP)가 전사 직원 약 30%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신문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친(親) 도널드 트럼프 노선으로 돌변한 베이조스가 신문의 신뢰를 연이어 훼손한 것이 이런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NYT 등에 따르면 WP는 이날 뉴스룸과 경영·사업 부문 등에 걸친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NPR 등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주인 베이조스의 지시로 이루어진 이번 감원의 규모가 전체 직원의 약 30%에 달하며, 이 중에는 기자직 등 뉴스룸 인력 300명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WP의 뉴스룸 인력은 약 800명에서 500여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WP는 인력 축소와 함께 스포츠, 지역뉴스, 국제보도 부문 등을 폐지하는 등 조직 규모도 크게 줄였다.
맷 머리 편집국장은 감원의 결정적 이유로 종이신문 시대에 맞춰진 보도 체제, 생성형 AI 부상에 따른 트래픽 감소, 콘텐츠 생산력 저하 등을 거론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그동안 WP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면서 이번 조치를 AI 시대에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재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WP의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환경 변화에 대응이 부족했던 종이신문의 경영상 결정만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도 다수 나오고 있다. 이 비판의 칼날은 사주인 베이조스에게로 향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2013년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던 WP를 그레이엄 가문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66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로 여러 이권과 연관된 베이조스가 미국 최고 정론지 중 하나인 WP를 소유하게 된 데 대해 우려가 제기되자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널리즘은 자유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WP는 미국 수도 워싱턴의 지역 신문으로서 특히 중요하다”고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인수가 이루어졌다고 항변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인수 이후에도) WP의 가치관은 바뀔 필요가 없다. 신문의 의무는 독자에게 있을 뿐 소유주의 사적 이익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과 편집권의 독립을 약속했다. 이후 베이조스는 2010년대 WP에 대대적 투자를 이어가 한때 뉴스룸 인력이 1000명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WP의 인력은 지속해서 줄여나가며 베이조스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집힌 상태다. 감원이 2023년 이후 집중돼 해당 결정이 그의 친트럼프 성향으로의 변모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위기에 맞춰 반(反)트럼프 성향이 강했던 베이조스는 2023년 말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해 2024년 들어 완전히 친트럼프로 돌아섰다.
특히, 2024년 ‘카멀라 해리스 지지 철회’ 사건은 WP를 넘어 전 세계 언론계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WP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하던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사설을 준비했다 베이조스의 반대로 철회했다. 이 사건 이후 무려 20만명이 넘는 독자가 구독을 끊었고, WP의 주요 뉴스룸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WP를 나온 마틴 배런 전 편집국장은 “베이조스가 WP를 인수한 뒤 6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큰 성과를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때 그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베이조스가 신문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정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쳐 이번 감원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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