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춥고 도로 곳곳에 눈이 쌓여 있음에도 한낮에 햇볕이 좋을 때는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사실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고 방치해 두었던 터라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에 둔 내 자전거를 식별해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닦고 닦아도 그다지 깨끗해지지 않는 상태였지만 신발장 구석에 세워두었던 스탠딩 펌프로 바람을 주입하면서 바퀴 상태도 확인했다. 바퀴가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자, 아주 큰 일을 한 것처럼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주 일찍 자전거를 가르쳐주셨다는 점이다. 자식이 한 명이라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킬 일도 있어서였겠지만 나는 자전거를 아주 빨리 배웠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버지가 하는 용접일에 필요한 카바이드를 사러 춘천 시내에 다녀오는 일도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지방에 가거나 외국에 가거나 어디에서든 자전거 가게, 특히 자전거 수리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가 한참을 서성인다.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아름답고 단순한 구조의 자전거 휠을 한참씩 구경한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스케이트도 가르쳐 주셨다. 춘천은 지금 같은 겨울이면 방학 내내 스케이트를 탔는데 아침밥을 먹은 후 집에서 아예 양발에 스케이트를 신고 아버지의 등에 업혀 스케이트장으로 가곤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야 할 때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와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아버지가 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집으로 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 놀이의 순간에는 늘 아버지가 계셨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그러면 다시 조금 욕심이 생겨 조금 더 달리고 또 조금 더 달린다. 핸들을 잡은 채 페달을 열심히 밟아 구동하고, 두 팔로 잡은 핸들로 내가 가고 싶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다 멈추고 싶으면 브레이크를 잡는다. 이렇게 계속해서 달리고 멈추고 하다 보면 집으로부터 아주 먼 곳까지 와 있다. 자전거라는 물성 그리고 매우 유기적인 구조로 앞으로 나가고 멈추고 하는 가운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제공해 주는 물건이 바로 자전거다. 밤에는 너무 피곤해 녹초가 되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기쁨을 선물 받는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자전거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자전거를 꽤 사랑하는 것 같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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