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결자해지 자세로 멈춰야”
박홍근 “더 큰 분열만 초래” 비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전 당원 여론조사를 꺼내 들었다. 당내 의원과 당원들 입장이 제각기 분화하는 상황에서 합당 여부를 정할 여론의 향배를 당원 여론조사로 돌리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초반부터 “당원 결정대로 수명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합당을 놓고 발생하는 당내 이견까지 ‘당원 뜻’을 앞세우고 있다. 비당권파 의원들은 합당 논의 중단에 대한 정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래 합당 여부는 전당대회 전에 전 당원 투표로 정하게 돼 있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정 대표는 “합당 여부 논란 관계없이 지방선거 승리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며 “두루두루 의원과 당원 의견을 공개 개진할 수 있는 의원 토론·당원 토론으로, 당의 진로는 의원과 당원에게 동등한 토론권을 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전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 당내 논의 과정을 거친 뒤 합당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우세할 경우 다음 달에 통합 실무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 계획을 생각 중”이라며 “합당하면 다음 달 말까지는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합당은 전 당원 토론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게 돼 있다. 다만 이는 전국당원대회에서 최종 합당 결정을 전 당원 투표를 거쳐 내려야 한단 규정이다. 지난달 22일 예고 없던 합당 제안을 발표한 정 대표는 다음 날 충북 진천 현장 최고위에서 “당대표가 먼저 제안을 하지 않고서는 지방선거 전에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사과할 각오로 제안했다”면서 “언젠가 누군가는 테이프를 끊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합당 제안이 당대표 결단임을 밝혔는데 이후 합당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커지자 당 진로를 좌우할 결정을 여론조사로 당원에게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날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는 ‘1인1표제’ 도입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 590명 중 515명이 투표에 참여, 재적 기준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투표에서 찬성 52.88%로 가결됐다. 중앙위원이 혁신당과 합당에도 뚜렷한 찬성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합당 명분을 쌓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당원 여론조사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비당권파인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도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합당 논의를 중단할 결정자는 정 대표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황 최고위원은 “합당 논의를 멈추는 대표님 결단을 촉구한다”며 “대표님은 더 이상 논쟁을 키우기보다 지도부 차원에서 당원과 조국혁신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결자해지 자세로 합당 논의를 멈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최고위원은 “진짜 합당을 지방선거 압승 후에 추진할 것을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고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혁신당과 소나무당을 아우르는 합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는데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는 페이스북에 “합당 제안을 공감하고 환영한다”고 적었다.
친명(친이재명)계 한준호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합당 추진 여부를 당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에 “지도자로서 좀 비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원내대표를 맡았던 4선 박홍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혼란이 점차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리려는 흐름은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며 “지도부가 시작한 정치적 선택의 부담을 당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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