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관세압박 속 G7 진입 다자협력 모색을
지난달 27일에는 유럽연합(EU)과 인도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경제 규모로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견줄 만한 두 세력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로 했으니 분명 획기적인 뉴스거리지만 미국 내부의 소요 사태나 중국의 군부 숙청 등 더 자극적인 소식에 가려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EU와 인도를 합치면 인구만 무려 20억명에 육박하는 시장이고, 이는 세계 경제의 25% 그리고 세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다. 인도와 유럽이 FTA를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한 것은 2007년인데, 20여년 만에 성과를 거둔 셈이다.
역설적으로 유럽과 인도의 협정 체결 일등 공신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막무가내 외교 정책이다. 트럼프는 인도가 러시아의 석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압력에 공동으로 노출된 인도와 유럽은 외교적 대안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현재 유럽과 인도의 무역이 활발한 편은 아니다. 인도는 EU 무역 대상 가운데 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무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유럽은 인도에 자동차나 기계 분야의 수출을 노리고 있고, 반대로 인도는 미국의 징벌적 관세정책으로 수출이 막힌 섬유, 철강 등의 유럽 수출을 추구할 예정이다.
무역이나 경제협력을 넘어 인도와 유럽은 이번에 안보 및 국방 파트너십을 위한 협정도 체결했다. 손익계산에 의한 시장 통합뿐 아니라 지정학적 목표를 추구하는 행보라고 분석할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유럽과 인도는 둘 다 민주주의 세력이라는 구조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노선의 선두 주자였고, 과거 소련 그리고 현재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세력이다. 그러나 최근 무력 분쟁이 보여주듯 중국과는 강한 경쟁 관계에 있다. 유럽도 전통적으로 미국과 함께 서방을 꾸려온 과거 식민주의 세력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시진핑의 일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압력에 노출되면서 인도와 유럽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손을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17일 EU는 남미의 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와 FTA를 체결한 바 있다. 유럽과 남미의 협상도 1999년 이후 20년 넘게 계속된 이견을 극복하고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물론 유럽의회가 협상 과정에 대한 절차상 이의를 제기하여 유럽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뉴스의 초점이 되길 좋아하는 트럼프가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미국에 까불면 혼난다”고 으스대는 동안 EU나 남미, 인도는 차근차근 제도적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스는 막강한 권력을 독차지한 인물의 변덕스러운 언행과 정책에 관심을 표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남는 것은 결국 다수의 합의를 통해 탄탄하게 다져진 제도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트럼프가 초래한 혼란 속에서 유동적인 국제 정세를 제도적 강화에 최대한 활용하길 바란다. 일본, 유럽, 캐나다, 호주 등과 장기적 통합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트럼프가 경시하는 주요 7개국(G7)에 진입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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