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용 평균 2억3000만원 시대…“축하하러 가기 겁난다” 하객 사이 터져 나오는 한숨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노쇼’ 고민까지…축복의 장이 ‘지불 고지서’로 전락한 씁쓸한 현실
직장인 5년차 김모(32) 씨는 최근 주말만 되면 스마트폰 메신저를 확인하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봄 시즌을 맞아 쏟아지는 모바일 청첩장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친구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줬겠지만, 요즘은 청첩장을 열자마자 예식장 위치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해요.
“강남에 있는 호텔 예식장이면 일단 한숨부터 나옵니다. 식대가 뻔히 비싼 걸 아는데 5만원을 내자니 눈치 보이고, 10만원을 내자니 제 월급에 생활비가 빠듯하거든요. 축하하러 가는 자리가 마치 밀린 고지서를 처리하러 가는 기분이라 씁쓸합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최근 대한민국 결혼식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축복과 환호가 넘쳐야 할 예식장이 고물가와 맞물려 서로의 ‘지갑 사정’을 눈치 보는 계산적인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밥값만 9만원”…5만원 내면 손해라는 ‘불편한 진실’
결혼식 비용 상승은 하객들에게 ‘축의금 인플레이션’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 통용되던 ‘기본 5만원’이라는 암묵적인 룰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31일 카카오페이 ‘2025 머니리포트’를 살펴보면, 지난해 모바일 축의금 평균 송금액은 10만6000원을 기록했다. 2019년 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 사이 2배 넘게 뛴 셈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식장에 가서 밥을 먹으면 10만원, 안 가고 봉투만 보내면 5만원”이라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국룰’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대’다. 한국소비자원의 2025년 12월 결혼서비스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 예식장의 1인당 평균 식대는 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3% 오르며 마의 9만원 선을 돌파했다.
하객이 5만원을 내고 식권을 받아 밥을 먹으면, 혼주 입장에서는 하객 1명당 4만원씩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결혼하려면 2억3000만원 필요”…등골 휘는 예비부부
하객들의 부담만큼이나 예비부부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더욱 가혹하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위해 ‘억 소리’ 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약 2억635만원이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올해 결혼 예정자들의 예상 비용은 2억30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의 경우 식장 대관료와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스드메)을 합친 평균 비용이 3599만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경상도 지역은 1228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과 지방 간의 결혼 비용 격차가 3배에 달하는 ‘웨딩 양극화’ 현상마저 뚜렷해졌다.
◆“남들 시선보다 실속”…생존 위한 ‘스몰웨딩’ 확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혼식의 형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과거에는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예식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1%가 소규모 결혼식을, 32.3%가 실속형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허례허식을 줄이고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식대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몰웨딩이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고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예비부부들의 차선책이자 탈출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돈’ 문제는 결혼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에서 청년들이 결혼 정책 1순위로 ‘결혼 자금 부담 완화’를 꼽은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청구서’로 전락해버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결혼 시계는 점점 늦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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