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나가라.”
지난 19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지 시찰 중이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한 질책을 받은 후 양승호 기계공업무문 내각 부총리는 즉석 해임됐다. 당·내각의 통상적인 인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현장 인사 조치였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중 현장에서 직접 인사권과 처벌권을 행사하면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관료 개인에게 묻는 ‘현장심판형 통치’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27일 나왔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김정은식 현지지도 패턴 변화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양 부총리의 해임 사례를 대표적인 장면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바르지 못한 언동으로 당 중앙을 우롱했다”, “염소에게 달구지를 메어놓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업 지연과 집행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양 부총리는 바로 해임됐다. 이는 관료 사회 전체를 겨냥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된 현지지도 보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간부들이 고개를 숙이고 수첩에 받아 적는 전통적인 구도에 더해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삿대질하며 격노하거나 간부들이 당혹해하는 표정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이는 관료 사회 내부에 ‘언제든 나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위 관료를 공개적으로 문책하는 모습은 하급 간부들에도 같은 책임을 요구하는 신호가 된다.
현지지도를 ‘즉결 심판의 장’으로 활용해 관료사회를 단단히 옥죄는 것의 배경은 이르면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9차 노동당 대회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지난 5년간의 국가경제 성과를 결산해야 한다. 하지만 대북 제재 장기화와 자원 부족으로 주요 정책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정책 실패의 원인을 시스템이 아닌 집행자의 태만과 무능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포심을 자극하는 현장심판 통치는 단기적으로는 기강을 잡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체제 운영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처벌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간부들이 눈치를 보느라 현장 상황이 위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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