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회견문 직접 써… 측근도 몰라
친명계 “당원주권 말하더니 모순”
“원래 합당은 전격적” 옹호론도
홍익표 수석 “사전에 연락은 받아”
당·청 갈등 비화조짐에 진화나서
지선 승리 발판 연임 노리는 鄭
“공천헌금 악재 돌파구로” 분석
22일 조국혁신당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은 당 지도부는 물론 정 대표 측근들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적절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대표직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라는 시험대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도 발표 20분 전 파악
정 대표의 이날 긴급 기자회견 일정은 당초 없었던 것이다. 오전 9시38분 취재진에 갑작스럽게 공지된 뒤 50분에 회견이 시작됐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매주 목요일 주재하는 정책조정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중이었다. 최고위원들은 그로부터 20분 전에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서야 합당 제안 계획을 들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회견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내에서 반대가 있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반대 의사 표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반발은 금세 수면 위로 올라왔다. 친명(친이재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내세워 1인 1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당의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당원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깊은 자괴감과 함께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며 “선출직 최고위원이지만 최고위가 열리기 전까지 합당 제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밖으로는 원보이스(한목소리) 원팀이 돼야 한단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됐다”며 “무너진 원칙과 신뢰를 반드시 바로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JTBC에 나와 “일종의 날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고선 “전당대회를 열어 전 당원에게 직접 다 물어보고, 당대표의 진퇴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정 대표) 재신임을 묻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합당 제안을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고도 했다.
◆靑 “사전에 연락은 받았다”
당초 검찰개혁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합당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분출했다. 황 최고위원과 이소영·김용민 의원 등이 반대 측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당대당 통합이 공유 없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냐’고, 김 의원은 ‘이 의원 의견에 동의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반면 ‘이재명 지도부’ 시절부터 ‘레드팀’ 역할을 도맡아 온 김영진 의원은 ‘정 대표의 고독한 결단이다. 지금 논의하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하면 더 큰 분란이 일어난다’며 정 대표 편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남인순 의원은 ‘합당을 두 번 경험했다. 원래 합당은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도부 내부엔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의총장에서 “합당 제안은 당·청 간 얘기가 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사전에 정 대표에게 연락은 받았다”며 이 사안이 당·청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는 데 주력했다. 그는 “양당 통합이나 정치적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양당 논의를 지켜보겠단 방침이다.
◆“鄭, 정치적 성장하려면 연임 필수”
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이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13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에 도전하려는 정 대표가 혁신당과 통합해 당내 악재를 잠재우고 시너지를 발휘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병기·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공천 헌금 의혹이란 아픈 상처를 혁신당이 자꾸만 건드리는 상황에서 이를 잠재울 묘안을 정 대표가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 대표가 정치적 성장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리려면 지방선거 승리에 이은 대표직 연임이 필수”라고 했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엔 호남이라는 정치적 지지 기반을 혁신당과 공유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혁신당이 민주당을 꺾고 경쟁력을 입증했던 터다. 지난해 8월 기준 민주당 전국 권리당원 수(대의원 포함)는 111만명이다. 이 중 호남권 권리당원 수는 36여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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