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외국인으로 살다 보면 종종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에요?”나 “언젠가는 튀르키예로 돌아갈 거예요?” 같은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큰 고민 없이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선뜻 이렇게 대답하지 못한다. 아직도 그 대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부모님의 건강이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건강하신 편이지만 해마다 늙어가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전에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일주일간 입원하신 적이 있다. 가족들은 내가 걱정할까 봐 아버지가 완쾌하신 후에야 내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내가 한국에 있는 때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재작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너무 멀어 갈 수가 없었다. 부모님 문제 때문에 최근에 튀르키예로 돌아간 친구들이 많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꿈을 안고 한국에 왔던 친구들이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구해 나름대로 잘 살던 친구들이다. 이런 그들이 귀국을 선택하는 것은 보면서 나 역시 언젠가는 튀르키예로 돌아가거나 튀르키예와 가까운 나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귀국하고 싶지만, 지금의 튀르키예 상황을 고려하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불안정하고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안전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해외에서 안전한 나라로 평가받지만, 튀르키예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튀르키예 친구들의 고민은 더 깊다. 아이들의 미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 구조와 고령화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의 장래 역시 마냥 밝다고 말하기 어렵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아이에게 그런 사회적 부담까지 짊어지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튀르키예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국립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학교의 수준에 따라 1년 등록금이 850만원에서 2200만원에 이르는데, 한국 소득 기준으로 봐도 부담스러운 금액이고, 튀르키예의 평균 소득을 생각하면 훨씬 더 큰 부담이다. 솔직히 말해,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돌아가서도 행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언젠가 상황이 많이 좋아진다면 다시 고민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에요?”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한국과 튀르키예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 경제, 교육, 안전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의 건강, 가족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튀르키예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질문은 단순한 거주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전, 가족, 미래 등이 모두 얽혀 있는 문제이다. 아마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이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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