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아파트에 ‘자금 세탁소’를 차리고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조직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린 돈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 김보성)는 40세 남성 A씨 등 13명을 범죄단체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7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수괴’라는 별칭으로 불린 총책 A씨를 비롯한 조직원 6명은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부터 아파트 7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대포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에서 처음 만들어진 센터는 인천 송도, 용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7개 아파트에 꾸려졌다. 조직은 일반 아파트를 임차해 사무실 겸 숙소로 개조했다.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거점을 옮겼다.
주·야간 조를 편성해 24시간 자금 세탁소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수익금이 입금되면 실시간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다른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세탁했다.
범죄 수익으로 A씨와 총괄관리책 등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과 외제차 등을 구입했다. A씨는 호화 생활을 영위하면서 카지노 에이전트 사업, 태양광발전사업 등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범죄 활동으로 얻은 돈으로 자신의 신분을 사업가로 세탁하려 한 정황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가 얻은 순수익은 약 126억원이었다. 검찰은 약 34억원의 범죄 수익을 추징했다. 하위 조직원들은 수백만원 대의 월급을 받았다.
검찰에 적발된 조직원들은 26세∼41세 남성이었다. 수괴 아래에 센터를 총괄하는 총괄관리책, 중간관리책, 전문장집, 조직원 모집책, 자금세탁책으로 구성됐다. 총괄관리책 B(39세·남성)씨는 전체 센터를 관리했고, 중간관리책들은 대포계좌를 이용해 돈을 송금하는 5명의 자금세탁책을 관리했다. 대포계좌를 공급한 C(41세·남성)씨는 ‘장집’이라 불렸다. 이들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된 대포계좌는 현재까지 186개로 파악됐다. 수괴 수행비서와 조직원 모집책도 따로 뒀다.
수사를 피하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했다. 조직은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답변할 ‘대본’을 공유했다. 대본에는 “업무 보수를 받지 못했다”, “부업으로 재택근무를 알아보다가 개인 코인거래 딜러 게시글을 보게 됐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수사 상황을 공유 받는 식으로 조직은 유지됐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등으로 지급 정지된 계좌를 ‘정지’·‘대기’·‘반납’ 등으로 구분해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는 하위 조직원 명의로 임차했고, 조직원이 이탈하면 바로 센터를 옮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거점을 옮기면서는 PC 외장 하드와 대포계좌, 신분증 등 증거를 모두 파기했다.
김 부장검사는 “자금세탁 거점을 널뛰기 형태로 차리며 운영한 건 드문 사례”라며 “보이스피싱 범죄의 동인인 범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준 가담자들이 1명도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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