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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0만원 쓰는데 커피는 한 잔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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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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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논란 속 꺼낸 카드…VIP 라운지 인원 제한

지난 주말 오후, 서울의 한 백화점 라운지 앞. 쇼핑백을 든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을 번갈아 확인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VIP 전용 공간이지만 표정은 여유롭지 않았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라운지 이용 규정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우량 고객’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간 수천만원을 써야 유지되는 등급이지만, 최근 이용 규정 강화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부터 모든 VIP 등급을 대상으로 라운지 이용 시 ‘1인 1음료·다과’ 원칙을 적용한다. 혼자 방문해도 여러 잔을 주문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앞으로는 동반 인원 수만큼만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대접이 아니라 통제를 받는 기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기준은 높아지는데 체감 혜택은 줄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VIP 전 등급에 일괄 적용된다. 연간 수천만원 이상을 써야 유지되는 등급임에도, 가장 체감도가 높던 라운지 서비스가 제한되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VIP 고객 A씨(38)는 “구매 기준은 매년 올라가는데 혜택은 오히려 쪼개진다”며 “백화점이 매출이 필요할 땐 VIP라며 예우하다가, 이제 와서 운영 효율을 이유로 선을 긋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라운지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는 다른 고객’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는데, 그 의미가 희미해졌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측은 “대기 시간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미 다른 곳들이 유사한 인원 제한 규정을 시행 중인 만큼, 업계 전반의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환경 개선’보다는 ‘혜택 축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고 거래·무임 동반…라운지 ‘부정 이용’ 몸살

 

백화점들이 규정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라운지 부정 이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백화점 라운지 이용권이나 주차권이 수만원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고객이 동반 인원을 과도하게 데려오거나, 이용권을 외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정작 VIP 고객에게 무례하게 보일 수 있어 현장 직원들의 부담이 크다”며 “결국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VIP 매출 비중 45%…‘그들만의 리그’는 더 선명해진다

 

혜택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는 사이,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VIP에 더 기대는 구조가 됐다. 2020년 30% 초반에 머물던 주요 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지난해 45% 수준까지 올라섰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상위 고객이 책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폭넓은 VIP’보다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등급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연간 8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위 등급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최상위 등급 위에 별도의 프리미엄 트랙을 얹었다. 혜택을 넓게 나누기보다는, 극소수에게 집중하는 전략이다.

 

혜택 축소 논란 속에 VIP 서비스의 체감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간층 VIP에게 제공되던 보편적 혜택은 줄이고, 초상위 고객에게는 더 강력한 프리미엄을 얹는 ‘선택과 집중’이 업계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며 “VIP 내부에서도 체감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간 수천만원을 써도 ‘진짜 VIP’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매물 절벽 앞에서 체감하는 박탈감처럼, 백화점의 신규 VIP들 역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선 앞에 서게 됐다. 혜택이 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그 혜택이 향하는 대상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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