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업데이트로 기능 개선·추가 손쉬워
이동시간은 길에서 버린 시간 인식
SDV선 침대 들여 잠 보충 등 가능
차 안 쓸 땐 ‘로보택시’로 부수입까지
현대차·벤츠 등 미래성장동력 추진
“소프트웨어 혁신이 차량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큰 혁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각각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최근 방한한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말이다. 주요 완성차 그룹들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꾸준히 성능·기능을 개선시키는 차량(SDV)을 각 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축으로 보고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올해 출시되는 EX90과 ES90에 대해 “볼보의 SDV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모델”로 정의하며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하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SDV는 아직 태동기에 있는 차량으로 최종적인 진화 형태와 활용 방식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그래서 뭐가 다르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각 사회의 법적 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기술 진보와 별개로 상용화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SDV가 무엇이며 그 혁신이 인간의 이동 경험과 생활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본다.
◆끊임없는 업데이트로 성능·기능 개선
SDV의 일차적 정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기능과 성능을 결정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 차량은 성능·기능이 결정된 채 출고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면 부품을 교체하는 ‘외과적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수십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차량 내부의 전자제어장치(ECU)가 각자 따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SDV는 차량에 일종의 중앙컴퓨터가 있어 이 전자장치들을 통합관리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중앙처리장치를 더 똑똑하게 만들면 다양한 기능을 개선·추가하는 게 가능해진다. “에어컨 틀어줘”, “오늘 일정 알려줘” 등 운전자의 말을 수행하는 편의기능뿐 아니라 승차감, 가속페달 반응 속도, 브레이크 제어 방식, 핸들 복원력 등 주행·안전 관련 기능도 높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가 개선되는 스마트폰처럼 차량도 고정된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되는 플랫폼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되면 전통적인 제조업은 정보기술(IT)·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다. 자동차 회사의 핵심 경쟁력도 엔진이나 차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그 운영체제(OS), 인공지능(AI) 기술로 옮겨지게 된다. 최근 완성차 그룹이 통신·클라우드 기업 등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현대차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CES 2026’에서 반도체·소프트웨어 기업인 미국 퀄컴과 SDV·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벤츠는 지난 15일 SK그룹·티맵과 SDV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벤츠는 시그니처 모델인 준중형 세단 CLA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최초로 탑재해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올해 하반기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미국의 테슬라다.
◆SDV 미래, 이동 경험의 대혁신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게 한 자동차 기능은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자율주행은 SDV의 한 부분으로 SDV가 플랫폼 또는 운영체제라면 자율주행은 거기에 탑재되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가깝다. 자율주행 없이도 차량 제어, 인포테인먼트, 데이터·클라우드 기능이 꾸준히 개선되는 SDV 모델이 가능하다. 다만 진정한 SDV는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될 때 극대화된다.
현재 SDV로 분류되는 차량들은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강화하거나 원격 주차, 차량 상태 진단, AI와 대화하며 전화걸기, 주문하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완성형’이라 부를 만한 대혁신을 구현한 차량은 없는 상태다.
법적·사회적 규제를 떠나 기술 진보만으로 가능한 SDV의 미래를 구상해 보면 이동 경험이 완전히 바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현재 차량 좌석은 ‘앉는 공간’으로 그 내부에선 매우 제한적인 활동만 할 수 있다. ‘이동시간=비생산적’이기에 가급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최첨단 SDV에선 원하는 대로 이동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좌석 대신 소파·침대를 들여 출근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보조책상 등을 설치해 각종 학습을 진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차가 개인비서가 돼 각종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용자의 기분을 인식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현재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편도 4시간이 운전자에게는 길에서 버린 시간으로 인식되지만 미래에는 수면 3시간, 학습 1시간 등으로 경험이 바뀌는 것이다. 사용자가 설정한 충전·청소·정비 일정에 따라 SDV가 관련 장소를 오가며 스스로 상태를 관리하고, 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로보택시’가 돼 부수입을 벌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모빌리티 간의 소통을 통해 특정 도로나 날씨 등에 따라 도심 차량들이 자동으로 분산해 이동하고, 전력 수요가 많을 때는 차량 배터리를 각 가구의 전력망 보조장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완성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이후 폰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주문하고 이제는 금융 등 핀테크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SDV도 현재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형태로 진보할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런 세상은 법적 규제 등이 있기에 사회 전체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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