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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의 MSC 불참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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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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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에서 ‘뮌헨’은 단순한 도시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 9월29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를 대표하는 도시 뮌헨에 유럽의 4대 열강인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상이 모였다. 이들은 독일계 주민이 많이 사는 체코 영토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건네야 하는지를 놓고 토론했다. 나치 독일은 ‘체코가 땅을 내놓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한다’라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혼자서는 독일과 맞서기 힘든 체코는 동맹인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양국이 체결한 조약에 따르면 프랑스에겐 엄연히 참전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았다. ‘왜 우리 젊은이들이 파리도 아니고 프라하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느냐’는 생각이 대세였다.

 

2025년 2월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연설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최근 독일 언론은 “밴스 부통령이 2026년도 MSC에는 불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SC 홈페이지

프랑스가 동맹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로 한 만큼 회의 결론은 뻔했다. 정작 체코 대표는 회의에 참석조차 못한 상태에서 4대국은 체코 정부에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할양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뮌헨 협정’이라고 부른다. 체코 영토 일부를 차지한 독일은 이듬해인 1939년 3월에는 남은 땅마저 몽땅 병합했고, 이로써 체코는 세계 지도에서 지워졌다. 같은 해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결국 2차대전이 터진 것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오늘날 뮌헨 협정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희생시킨 최악의 실책으로 평가된다.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위협하는 ‘불량 국가’(독일)를 단호히 응징하는 대신 부당한 요구까지 “오냐오냐” 하며 들어준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2차대전 종전 후 20년 가까이 지난 1963년 뮌헨안보회의(MSC)가 출범했다. 매년 1∼2월 세계 각국 정상 또는 외교·국방 당국 책임자들이 독일 뮌헨에 모여 국제 안보 정책을 주제로 여는 정례 회의다. 회의 장소를 뮌헨으로 하고 회의 이름에도 뮌헨을 넣은 조치는 1938년의 뮌헨 협정 같은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독일과 가까운 유럽 국가들은 정상이 직접 참석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 국가들은 통상 외교부 장관을 보낸다. 미국의 경우 관행적으로 부통령이 MSC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세계 안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회의 때마다 미국 부통령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부통령이 MSC에 함께하는 것 자체가 유럽 대륙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관여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나에겐 국제법이 필요없다”며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내 도덕성이 전부”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MSC는 오는 2월 13∼15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16일 독일 언론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MSC에 불참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25년 2월 MSC 참석을 통해 국제 외교 무대에 데뷔한 밴스는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라는 선언으로 유럽 정가에 충격을 안겼다. ‘새 보안관’이란 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밴스의 발언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에 군말 없이 따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미국 부통령의 MSC 보이콧은 미국이 더는 유럽 안보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는 등 유럽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얼마 전 트럼프는 “내게는 국제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2차대전 이후 생겨나 영원할 것만 같던 국제 질서가 하나둘씩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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