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 검찰의 연준 의장 수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 세계뉴스룸

입력 : 2026-01-14 06:00:00 수정 : 2026-01-13 16:15:41
김태훈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국은행법 제3조는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해 중앙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한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 경제 부처 관료를 지낸 인사들이 낙하산처럼 한은 총재로 보내진 사례가 많다. 1982년 1월 하영기 당시 산업은행 총재가 한은 총재로 발탁됐을 때 “첫 한은 공채 직원 출신 총재”라고 해서 금융가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하 총재는 은행 감독 권한 등을 놓고 재무부와 다투다가 1983년 10월 전격 경질됐다.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내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후임 총재로 부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 게티이미지

한국 경제학계 석학으로 꼽힌 조순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태우정부 말기인 1992년 한은 총재에 임명됐다. 조 총재는 1950년대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복무하며 당시 육사 생도이던 노태우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인 1993년 취임한 김영삼(YS) 대통령은 지난 정권 인사인 조 총재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가 경기 부양을 밀어붙이려는 YS정부의 경제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1993년 3월 조 총재는 당시 재무부 장관으로부터 전화로 “정부가 바뀌었으니 그만 물러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퇴임식을 마치고 한은 청사를 떠나는 조 총재를 향해 몇몇 직원이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라는 기관이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연준 이사회 의장이 우리 한은 총재에 해당한다. 기준금리 인하 또는 인상에 관한 연준의 발표 내용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계의 관심사다. 연준의 자주성 보장을 위해 미국도 백악관 등 정치권이 금리 결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인 2024년 9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0.5%P 인하 결정을 발표했다. 바이든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나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 대통령이 된 뒤 연준 의장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행여 연준의 금리 인하에 백악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될까봐 서둘러 이를 차단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소재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전경. 미국의 중앙은행으로서 기준금리 결정 등에서 백악관 등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임기 4년의 연준 의장이 되었고 바이든에 의해 연임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파월에게 대놓고 “금리를 내리라”고 강요했다. 파월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들어 맞서자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는 모양새다. 급기야 11일 법무부 지휘를 받는 연방검찰이 파월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파월은 연준 청사 개보수에 드는 예산과 관련해 연방의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격분한 파월은 이를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공을 법무부로 넘겼다. 한국에서 정권 교체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과 너무도 비슷해 자못 신기할 따름이다.


오피니언

포토

홍진경 '매력적인 손하트'
  • 홍진경 '매력적인 손하트'
  • 고윤정 '아름다운 미모'
  • 이세희 '사랑스러운 볼하트'
  • 신세경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