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도지사 “기업 판단 존중 속 정책 전환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새만금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전북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수도권 반도체 산업의 에너지 부담과 송전 문제를 계기로 산업 입지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해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은 9일 올해 지방선거 경쟁 후보이기도 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에게 “기존 반도체 산업 구조를 바꾸는 해법을 함께 제시하자”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안 의원은 “지방 주도의 성장 해법을 국정 기조로 제시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북이 해답을 준비해 함께 제안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전북이 재생에너지와 풍부한 용수, 산업 부지 등 반도체 산업의 핵심 요건을 갖춘 지역임을 강조하며, 이번 논의가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국가 성장 경로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안고 있는 대규모 전력 수요와 송전망 부담을 지적하며 “송전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아니라, 송전선이 필요 없는 구조로 산업 입지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최근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기업이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힘을 얻었다. 호남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새만금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산업단지와 연계한 반도체 산업 분산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기업 활동 위축과 국가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이전론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원택 의원과 재선 도전에 나설 김관영 지사를 상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북 이전’을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 관련 입장문’을 내고, 최근 청와대에서 밝힌 것처럼 전적으로 기업의 입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에너지 정책과 산업 입지에 대한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전북은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이라며 “에너지 생산지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소비지가 혜택을 누리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산업 입지 정책에 실질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초대형 전력 수요 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 집중이 아닌 지방 분산 배치를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거리 송전망 확대 중심의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송전탑 최소화와 최적화, 지역 내 소비 확대와 계통 안정화 기술 강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요반응(DR) 확대 등 종합적인 전력 계통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도가 제시한 이 같은 방향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즉각적인 이전을 요구하기보다는, 향후 국가 핵심 전략산업의 입지와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에너지 리스트와 송전 문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겹치면서 ‘전북 이전론’은 당분간 지역과 중앙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군산발전포럼 등 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유치 추진위원회’는 최근 범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며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지난 달 16일에는 전북 지역구인 민주당 안호영·박희승·윤준병·이원택 의원 등은 전국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주민 1000여명과 함께 국회를 찾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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