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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우선 ‘新 먼로주의’… “韓, 비즈니스 파트너 전략 필요” [2026 신년특집-트럼피즘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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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6 06:00:00 수정 : 2026-01-05 21:13:35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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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돈로독트린’, 격량의 한·미 동맹

국가안보전략서 ‘美 우선주의’ 제도화
반미·좌파 성향 지도자 무력으로 축출
미주 대륙 美 세력권에 두고 이익 추구
“민주주의 수호자 책임 회피 의도 방증”

韓, 동맹관리·국제법 준수 등 부담 증대
美 시각 반영 ‘실용적 대외전략’ 효과적
‘G제로’ 세계 심화… 韓 영향력 확대 기회
“원전·조선 협력 안보·경제 역량 키워야”

새해 벽두부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했다.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럼피즘 2.0 물결의 연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힘에 의한 평화’로의 복원과 ‘(세계 경찰이 아닌) 지역 강국 되기’로 요약되는데, 이때 강조한 중남미 패권 장악 차원에서 이번 기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에서 한 여성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가 체포된 모습을 담은 전단을 들어보이고 있다. 텍사스=AP연합뉴스

◆‘신(新)먼로주의’ 공식화, 파격의 NSS 함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6월에도 이란 핵 시설을 직접 공습한 전례가 있다. 이스라엘과의 갈등 국면에 있던 이란의 핵 개발 핵심 시설 3곳을 정밀타격한 작전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의 힘을 약화시킨 성공적 공습”이었다고 선언했다. 3일(현지시간) 새벽 진행된 베네수엘라 공습 역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반미·좌파 성향 지도자를 무력으로 끌어내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란 공습 때 이미 미국은 방어적 반격을 넘어 타국의 핵능력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이례적 사례를 보여줬다. 4일 외교가에 따르면 NSS 발표와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을 통해 이런 패턴은 트럼피즘의 군사·외교 프레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두 사례에서 미국은 국제법이나 다자적 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고, 이를 “범죄자 체포”나 “핵 위협 제거” 등의 명분으로 정당화했다. 미국 홀로 주도적 결단을 내려 실행한 작전으로 동맹국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상공을 비행하는 미군 헬기들. 카라카스=로이터연합뉴스

NSS 공개 이후 외교가에서는 놀라움을 잇따라 표출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핵심 개념인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은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1823년 선언)에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결합해 미주 대륙을 미국의 세력권으로 강조하며 독자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역대 행정부들의 NSS에 비해 매우 파격적”이라며 “트럼프 2기 NSS는 1기에 비해 더욱 강력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제도화하면서 규범보다 힘, 동맹보다 거래, 가치보다 국익을 앞세운 점에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존 문법을 스스로 거부했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게 사실”이라며 “미국이 노골적으로 자국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공식 문서로 선언한 것인데, 한국도 익숙한 사고방식 안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깨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핵심 이익을 남북 평화 공존으로 설정하더라도 미국에는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며 “미국의 최우선 과제와 맞닿아 있는 의제를 발굴하지 못하면 아무리 이를 강조해도 공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군 작전을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군사행동 이어가는 美, 한국의 대응은

이런 미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다. 한반도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굴욕적인 생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의한 타국 정권 교체를 지켜봐 온 김 위원장이 이번 사태 역시 자신의 통치와 생존에 직결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며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마두로 체포를 환영하는 미국 거주 베네수엘라인. 마이애미=EPA연합뉴스

다만 이번 NSS에서는 현재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뒤로 밀려났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습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며 “중국 변수가 있고, 이 지역에서는 중·러가 더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규모 타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동맹 관리와 규범 기반 정당성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역내 위기에서 한국이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려면 확전 자제와 국제법·절차 준수를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작전에 적극적인 비판 입장을 내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중 전략경쟁이 ‘서반구 전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유 연구위원은 “미국의 역내 반미 권력 억제 의지에 중국이 내정불간섭·주권 존중 프레임으로 글로벌 사우스 여론을 결집시키는 상호작용이 강화되면 장기적 진영화와 대리전 성격의 긴장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해상 안전과 물류·보험 비용, 에너지·원자재 변동성 같은 ‘기능적 안보’ 위험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만큼 재외국민 보호와 항로 점검, 상황전파 체계 등 실무 대응의 선제적 가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G제로’·포스트 패권주의와 한국의 기회

글로벌 위기관리 분석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2026년 국제 정세를 “G제로 세계의 심화”로 예견했다. 주요 2개국(G2)과 같은 특정 국가나 연합도 세계 정세를 주도하거나 국제 질서를 유지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NSS에 같은 맥락의 선언을 포함시킨 데 이어 서반구 패권 확립에 ‘선택과 집중’하고 있는 전략은 이를 잘 설명한다.

이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한국의 대응 전략에도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수석연구위원은 “방위비, 주한미군, 동맹 현대화 등 현안을 실무적으로 대응하되 당장의 답을 넘어 전략적 사고를 중장기 차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며 “한·미 동맹을 한국의 시각이 아니라 미국의 핵심 이익 기준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올해를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이재명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의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이름표만 바뀌었을 뿐 개입(engagement)을 한다는 틀 자체는 익숙한 것”이란 의미다. 한 수석연구위원은 “탈냉전·다자주의가 작동하던 시기의 산물인 햇볕정책을 신냉전적 환경에 놓인 현재 계승할 만한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NSS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문서의 성격이라기엔 대단히 당파적이고 개인화된 선언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미국 전체의 전략보다는 트럼프 2기 재임의 연장으로, 전후 미국이 맡아온 글로벌 민주주의 수호자, 국제질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이 3일 카라카스에서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카라카스=AP연합뉴스

미국의 패권이 후퇴한 ‘포스트 패권시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같은 중견국에 이런 변화의 전략적 함의가 크다”며 “선택의 압박, 방기와 연루 위험 증가에 직면하겠지만 지역 차원의 질서가 더 중요한 시대로 전환함으로써 중견국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국으로서는 국제적 위상과 인지도가 높은 한국이 이를 적극 활용해 국익 위주의 실용적 대외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미주연구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 정책에서 한국은 “원전 건설 역량이 부족한 미국의 유일한 실질적 파트너”로서 “원전·조선 협력을 통해 안보·경제·산업을 결합하는 전략이 매우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추진잠수함 협력 추진으로 미국의 확장억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민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신뢰 가능한 동맹의 역량 강화가 미국에도 이익이 되며, 한국의 핵·원자력 역량 증대는 안보 비용을 전가할 목적보다는 전략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차원이 더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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