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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中에 맞선 ‘미국산 AI 블록’에 합류하나

입력 : 2025-12-22 19:00:00 수정 : 2025-12-22 22:05:03
윤선영·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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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외국기업도 참여 허용을”
美 상무부에 공식 의견서 제출

각국서 中 의존 줄이고 美 주도
트럼프 행정명령 수출 장려책
韓기업 편입 땐 정책 수혜 클 듯
중국시장 반발 최소화는 과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인공지능(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고자 설계한 프로그램인 만큼, 실제 참여한다면 한·미 공조가 공고해지고, 한국 기업의 영향력도 더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과의 관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는 최근 미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연합뉴스

이번 의견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AI 기술 스택 수출 촉진’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서버, 가속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전체 기술을 하나로 아우르는 ‘풀스택’ 미국산 AI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무부에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으로부터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관한 공개 의견을 제안받으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비록 미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이나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특히 하드웨어 측면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상무부가 외국 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며 “상무부가 외국 기업 선정에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SK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는 “많은 미국의 동맹국 기업들이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통합된 글로벌 AI 공급망의 현실을 반영하며 AI 스택에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주장했다. 또 SK는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의견서 제출로 상무부가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 두 회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연방 정부의 정책 지원 등 각종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한국은 최근 미국과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우방국을 규합한 AI 중심의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고자 지난 12일 개최한 ‘팍스 실리카’ 서밋에도 참여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갤럭시 S26’에 탑재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왼쪽).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다만 기업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 측은 미 행정부에 제출한 의견서가 곧바로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 참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양사 관계자들은 “의견서의 주된 내용은 컨소시엄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프로그램 신설 전에 이해관계 기업에 의견조회를 해 회신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미국의 모든 관련 수출통제 체제는 물론, 대외 투자 규정과 최종사용자 정책 등 상무부의 까다로운 지침을 전방위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일찌감치 반도체부터 생성형 모델까지 AI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강력한 자립화를 추진 중인데, 양사의 프로그램 참여는 곧 ‘미국 주도의 AI 블록’ 편입을 의미하는 동시에 향후 중국 사업 확장에 있어 보이지 않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봉쇄’ 전략과 달리 ‘수출 확대를 통한 종속’을 꾀하고 있어 삼성과 SK에게도 기회 요인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중국 시장에서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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