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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켜줘요”… iH, 근대건축자산 ‘공기업 사회적 책임’

입력 : 2025-12-20 08:40:22 수정 : 2025-12-20 08:40:21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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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 공간·사람 잇는 집 문화공간 변신
46년 삼대가 지킨 고택 ‘이음1978’ 도시재생

주변에 수십 년 전 지어진 건물이 지금 시민들과 만난다. 바로 옛날 집이다. 한 가족이 살았던 삶의 터전이 이제 누구나 들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보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바로 iH(인천도시공사)의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 프로젝트 이야기다.

 

이음1978 전경.

20일 iH에 따르면 근대건축문화자산에는 ‘이음’이란 공통된 명칭이 붙는다. 1호 ‘이음1977’, 2호 ‘백년이음’, 3호 ‘이음1978’ 등으로 숫자는 건물이 지어진 해를 뜻한다. 단어 ‘이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과거와 현재, 공간과 사람을 잇고 다음 세대에 전하겠다는 의지다.

 

중구 송학동에는 매우 특별한 고택이 있다. 1978년 건축가 공일곤이 설계한 한 주택이 주인공이다. 대지면적 618㎡, 278㎡ 연면적으로 중정이 가장 두드러진다.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마당을 두고 모든 방이 이 중정으로 연결된다. 구성원들이 각자 마당의 특정 장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한 건축가 의도다.

 

앞서 할머니, 부모에 이어 손주까지 삼대가 같은 지붕 아래 46년을 살았다. 가족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스며든 셈이다. 건물이라기 보다 삶 그 자체였다. iH는 수년 전 이곳의 매입을 처음 제안했으나, 완곡한 거절이 돌아왔다. 집을 지을 때부터 손수 가꿔왔는데 낯선 손에 넘긴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iH는 생각했다.

 

이음1978 내부.

기다림을 택한 iH는 바로 옆집을 먼저 변화시켰다.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김수근의 철학이 담긴 주택을 매입해 ‘이음1977’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운영에 나선 것이다. 원형은 보전하면서 시민들이 다녀가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4년 안주인은 마음을 바꿨다. “집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iH 품으로 보냈다. 이달 12일 ‘이음1978’이 공식 개관했다. ‘첫 번째 집(Home Where The Heart Is)’이란 제목을 내걸었다. 방문객은 손님이 되고 주인 역할을 맡은 안내자에게 초대받아 내부를 둘러보고, 46년의 시간 여행을 경험한다.

 

이음1978 개관 행사 때 모습.

인천 개항장 일대에는 이제 세 개의 근대건축문화자산이 자리 잡았다. 1호와 3호가 송학동에 나란히 위치하고, 2호 ‘백년이음’은 선린동 차이나타운 인근으로 있다. 이들은 보행동선으로 이어진다. 멀지 않게 시에서 운영하는 소금창고(송학동1가 8-1)를 비롯한 인천시민애집,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등 근대문화유산이 천지다.

 

오래된 건물을 살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게 iH 판단이다. 사람들이 찾고, 머무르고, 경험할 이유가 있어야 재생은 완성된다고 봤다. iH는 신도시 개발의 수익 일부를 원도심 살리기에 환원하고 있다. 개발과 보전, 아울러 새것과 오래됨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근대건축문화자산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시 역사와 기억은 보전하고, 그것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iH. iH 측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근대건축물을 공공의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시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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