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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빙산에 가로막혀 새끼에게 먹이 전달 못한 어미 황제펭귄들…“새끼 70% 굶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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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9 10:17:41 수정 : 2025-12-19 13:08:37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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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분리된 대형 빙산이 황제펭귄의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출입구를 막으면서 새끼 개체수가 약 70%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미 황제펭귄이 거대한 빙산 절벽에 막혀 새끼에게 먹이를 전달하지 못하면서 많은 개체수가 굶어죽은 것으로 분석됐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개체수가 지난해 2만1000마리에서 올해 6700마리로 약 70%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쿨먼섬은 남극 로스해에 있는 가장 큰 황제펭귄 번식지로, 극지연구소는 다른 황제펭귄 번식지와 달리 쿨먼섬에서 새끼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먹이를 전달받지 못해 굶어죽은 황제펭귄 새끼 모습.

쿨먼섬 황페펭귄 개체수가 급감한 건 대형 빙산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출입구를 막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종우·김유민 연구원은 지난달 현장에서 길이 약 14km, 축구장 5000개 넓이의 거대 빙산이 번식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주요 출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 빙산은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상했고, 7월 말 번식지 입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어미 황제펭귄은 6월 산란한 뒤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갔다가 2~3개월 뒤 부화할 때 돌아온다. 그런데 복귀하기 전에 빙산이 경로를 차단하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드론 촬영 사진에서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수십~수백마리의 황제펭귄 성체가 장기가 체류해 남긴 배설 흔적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김정훈 박사는 “살아남은 30%는 어미가 빙산으로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로 먹이를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빙산이 다음 번식기 전에 사라지면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간 정체될 경우 황제펭귄들이 다른 번식지로 이동하는 등 장기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 자료를 분석한 박진구 박사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 등에게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빙산 절벽에 막혀서 번식지로 가지 못하고 있는 황제펭귄 어미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백만 마리가 넘는 아델리 펭귄과 수만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연구개발(R&D)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 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를 수행중이며 현장조사와 위성·항공 등 원격탐사 기법을 결합해 황제펭귄 등 주요 종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 등을 장기적인 시계에서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내년 번식기까지 위성 관측과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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