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가사활동 지원, 병원 동행 등
8개 분야서 총 16종 서비스 제공
노후 주택 수리 지원 ‘새빛하우스’
2100호 혜택… 도시대상 대통령상
‘일하는 복지’로 역대 최대 고용률
‘새빛톡톡’ 가입 17만… 정책 탄력
홀로 세 딸을 키우던 A씨는 한꺼번에 닥친 불행에 휘청거렸다. 2021년 빚까지 얻어 겨우 집을 마련했지만 입주조차 하지 못하고 내쫓겼다. 전세 사기에 연루된 주택은 경매에 넘어갔고, A씨는 채무 불이행자로 낙인찍혔다. 실직까지 겹친 그는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압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6월 용기를 내 경기 수원시장실로 향했다. 낭떠러지에 밀린 그는 목놓아 호소했다. 청원경찰은 A씨를 ‘새빛민원실’로 안내했다.
수원시 민원협력관과 팀장들은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였다. 도시재생과는 전세임대주택 입주 가능성을 타진했고, 담당 팀장은 복지재단의 위기가구 지원금 수혜를 알아봤다. 거주지인 세류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본인부담금 26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9월 ‘거짓말처럼’ 새 집에 입주했다. 새빛민원실은 독지가 기탁 생필품을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새빛민원실이 어려움에 빠진 가정에 희망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등하교 동행·식사 배달… 8개 분야 16종 서비스
수원형 복지모델인 ‘새빛돌봄’이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가구 구조 변화에 부응한 주민참여형 복지모델은 사회적 책임 강화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18일 수원시에 따르면 새빛돌봄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기반을 둔 의료·요양·돌봄 등의 복합지원 서비스이다. 긴급·일상돌봄을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재편했다.
대상은 돌봄이 필요한 수원시민이다.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경우 연간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서비스 기관은 장안구 12곳, 권선구 14곳, 팔달구 13곳, 영통구 8곳 등 47곳에 달한다. 생활돌봄, 동행돌봄, 주거안전, 식사지원, 일시보호, 재활돌봄, 심리상담, 방문의료 8개 분야로 나뉘어 제공된다.
분야에 따라 신체·가사활동 지원, 병원·일상생활 동행, 대청소·소독방역, 일반식·죽 제공, 단기보호·반려동물 일시보호, 맞춤형 운동재활, 성인·아동·청소년 상담, 중독관리 상담, 본인부담금 지원 등 모두 16종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느 시·군과 다른 점은 주민 제안을 받거나 참여를 통해 돌봄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제안한 초등학교 1∼2학년 등하교 동행돌봄은 올해 7월 10개동에서 시범운영된 뒤 지난달 전체 동으로 확대됐다.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의 주민이 신청하면 연간 100만원 한도(회당 1만6900원·1시간)에서 아동이 학교와 학원, 돌봄 기관을 오가도록 돕는다. 보호자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등하교 동행이 어려운 경우 통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이 돌보미로 나선다. 시 관계자는 “최근 초등학교 주변 아동 유인 시도 사건 등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식사 배달 역시 주민제안형 서비스이다. 돌봄 공백으로 식사지원이 필요한 중위소득 75% 이하 시민이 대상이다.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질환·부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시민, 장기요양·복지관 식사 배달 등의 서비스 대기 기간 중 지원이 필요한 시민이 기본 30일간 60식을 지원받는다. 8개동에서 시작한 식사 배달은 지난해 11월 모든 동으로 확대됐다. 시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 ‘누구나 든든한 한 끼’ 서비스도 올해 9월부터 운영 중이다. 중위소득 150% 초과자 등이 한 끼에 9000원 안팎으로 식사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민참여형 서비스는 또 다른 관심사다. 공동체 조성 사업인 임신부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임신부가 지원 대상이자 태교·힐링 프로그램 참여자가 돼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출산준비와 정서교류를 하며 작은 공동체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올해 6월부터 중위소득 150% 이하 임신부 175명을 대상으로 5곳의 비영리법인과 복지시설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노후 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집수리 지원사업인 ‘새빛하우스’도 주목받는다. 사용승인일이 20년이 지난 단독주택과 다세대, 연립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개선 공사, 전기공사, 재해방지 시설 설치 등을 진행한다. 공사비의 90%까지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하는 이 서비스는 과거 방송에서 인기를 끈 ‘러브하우스’를 연상시킨다. 2023년 305호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100호의 노후 주택이 혜택을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해 올해 대한민국 도시대상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시민 제안이 정책으로… 지렛대 역할 ‘새빛톡톡’
시는 지난 10월에는 집수리·세탁·수납·마사지·방역 등을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수원이가(家) 드림(Dream)’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8개 봉사단체가 참여하는 봉사활동은 연말까지 독립유공자 후손 8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다.
올해부터 수원시는 새빛돌봄에 기존 심리상담, 일시보호, 방문가사 외에 주거안전과 재활돌봄을 추가 편성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대상에 아우르며 ‘보편 복지’에 한 발짝 다가섰다. 아울러 ‘일하는 복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노력은 역대 최대 고용률이란 기록을 낳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원시 고용률은 64.1%로 26차례 정부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시는 지난해 3만6088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목표치를 6.5% 초과한 바 있다.
2023년 6월 출시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은 17만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시민이 이끌어가는 시정’과 복지정책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새빛톡톡은 시민 제안, 토론, 검토, 정책 반영을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시스템으로 시민 주도 정책 설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수원시에 처음부터 이 같은 복지정책들이 갖춰진 건 아니었다. 2022년 8월 온 국민을 안타깝게 만든 이른바 ‘세 모녀 사망’ 사건이 단초가 됐다.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투병과 생활고를 겪던 이들이 무관심 속에 죽음을 맞으면서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혜택을 설명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실제 주거지와 주소 등록지가 달라 서비스에서 소외된 세 모녀의 비극은 수원시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자체의 대응력 향상에 나서도록 했다. 이듬해인 2023년 2∼3월 수원형 돌봄사업 포럼이 개최됐고 500인 시민 원탁토론회와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새빛돌봄은 같은 해 7월부터 8개동에서 시범사업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전체 44개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복지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재준 수원시장 “세 모녀 사건 후 필요성 부각… 더 많은 시민 혜택 받게 노력”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기존 복지제도의 공백과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생활밀착형 돌봄체계의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이재준(사진) 경기 수원시장은 조심스럽게 수원형 복지모델 ‘새빛돌봄’의 확산 과정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시장은 “새빛돌봄, 새빛민원실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서비스·돌봄정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좋은 정책이 확산해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책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원시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자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2년 연속 대통령상을 받았다. 3년 연속 1위에 선정됐고, 2년 연속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새빛민원실의 ‘베테랑팀장’ 제도가, 올해에는 새빛돌봄 정책이 각각 우수사례로 꼽혔다.
새빛민원실에 배치된 경력 20년 이상 팀장들은 베테랑팀장으로 불린다. 이들은 쉽지 않아 보이는 복합·고질 민원을 매끄럽게 해결하며 시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새빛돌봄은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돼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고,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수원형 통합돌봄 사업이다. 2023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시정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은 이를 돕는 시민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장은 “베테랑팀장제를 도입하면서 민원인들의 가장 큰 불만이던 ‘핑퐁 민원’ 문제가 사라졌다”며 “민원인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을 처리하는 베테랑팀장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시민에게 칭찬받은 베테랑팀장들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시민이 꼭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새빛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도록 더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현재 900여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복지계정 중 100여개의 현금성 복지계정은 9개로 통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합하면 대상자에게 목돈을 일시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수요자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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