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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케데헌과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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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7 23:34:33 수정 : 2025-12-17 2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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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시청자 수는 3억명을 이미 넘었고, 공개 10주 차에는 넷플릭스 역대 영화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삽입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OST로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공개된 지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케데헌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케데헌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작품 속에 한국의 문화적 요소가 전면적으로 녹아 있다는 점이다. 한의원 방문과 목욕탕 이용 등 한국인의 일상적 생활양식은 물론, 김밥이나 국밥과 같은 전통 음식까지, 다양한 한국적 일상의 모습이 애니메이션 곳곳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처럼 케데헌은 한국적인 것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한 융합형 K콘텐츠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처럼 한국적인 정서와 요소가 짙게 깃든 콘텐츠가 정작 한국이 아닌 북미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케데헌은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북미 기반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 한국의 문화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음에도, 그 제작의 배경은 오히려 글로벌한 창작 환경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적 융합 콘텐츠는 어떤 조건 속에서 가능했을까?

이러한 제작 배경에는 ‘다문화적 리터러시’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문화의 존재를 인식하고, 각 문화의 맥락과 의미를 섬세하게 읽어내며,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내는 능력을 뜻한다. 케데헌은 바로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문화적 코드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융합 콘텐츠다. 이러한 융합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면, 더욱 풍부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케데헌을 크리스 애펠핸스와 함께 연출한 메기 강 감독은 1.5세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그녀의 다문화적인 정체성은 문화 간 접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주 배경을 지닌 창작자가 자신의 다문화적 경험과 관점을 글로벌 콘텐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환경 역시 케데헌의 탄생을 가능케 한 중요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케데헌은 오늘날 글로벌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다. 단일한 문화의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섞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창의적으로 소화할 문해력과 감수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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