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고루하다는 오래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가 한복 유니폼 시안을 만들고, 3D 입체 영상 기술이 제주 해녀의 바다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한다. 스마트폰으로 전래동화를 보고, 클릭 한 번으로 내 방에 호롱불을 들이는 시대다. 바야흐로 전통문화가 첨단 기술과 현대적 감각을 입고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이하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추진하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이다. 이 사업은 전통문화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현대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권(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며, 전통문화 산업 구조 변화에 기여하는 전환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의 핵심은 ‘연결’이다. 전통문화 관련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수요기업)에게 최대 2,200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면, 기업은 이를 활용해 IT,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성을 가진 공급기업의 서비스를 구매한다.
지원 분야는 ▲기술혁신 ▲기업경영 지원 ▲디자인 개선 ▲신제품 개발 ▲플랫폼 구축 ▲홍보·마케팅 등 6개 영역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전통 기업이 겪는 기술적 한계를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극복하게 함으로써 ‘전통문화 산업의 자율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공진원 관계자는 “전통 기업은 혁신의 기회를 얻고, 공급기업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윈윈(Win-Win)’ 구조”라며 “2022년 시범운영 이후 매년 참여 기업의 수준과 성과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실질적인 성과를 쏟아냈다. 참여 기업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적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청미르발레단’은 기술 융합의 우수한 사례다. 특수 소재 의상 기술과 3D 무대 영상 기술을 도입해 제주 해녀 문화를 창작 발레로 승화시켰다. 이 콘텐츠는 베트남 초청 공연에서 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전통 예술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3. 브랜드 키 비주얼을 반영해 새롭게 디자인된 ‘구구공’의 패키지
사진4. 전통 까치를 모티브로 개발한 ‘일상이상 주식회사’의 ‘조이버드’ 제품
사진5. ‘아티스트메이드’가 AI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가상 이미지와 실제 제작된 한복형 유니폼
사진6. ‘주식회사 한결문고’의 다국어 전래동화 브랜드 ‘코티’ 웹사이트와 실물 도서 시리즈
우수상을 받은 기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아우스트스튜디오’와 ‘구구공’은 브랜딩과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매출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일상이상 주식회사’는 전통 까치를 모티브로 한 상품을 R&D 협업으로 개발, 프랑스 파리 메종앤오브제(Maison&Objet)에 참가해 약 5만 달러 규모의 수출 가능성을 확보했다.
또한 ‘아티스트메이드’는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해 한복 근무복 제작 공정을 혁신했고, ‘주식회사 한결문고’는 전래동화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화하여 교육 시장을 공략했다. 이들 모두 전통이 기술을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전통문화 산업 육성을 위한 문체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이를 수행한 공진원의 세심한 기획이 있었다. 문체부는 전통문화를 단순한 전승의 영역을 넘어 K-콘텐츠의 핵심 원천이자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전통 기업들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무를 주관한 공진원 역시 일회성 매칭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컨설팅과 오리엔테이션, 매칭 행사 등을 통해 협업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올해는 영세한 전통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홍보마케팅’과 ‘플랫폼 구축’ 분야의 지원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참여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과 투자 유치 등 ‘스케일업’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공진원 장동광 원장은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은 전통문화가 옛것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와 호흡하며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성장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통문화가 보존의 대상을 넘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시대. 2025년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이 쏘아 올린 성과는 K-컬처의 뿌리인 전통문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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