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점유자 누군지 조사도 안 해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율 산정 부실 속
소득 월 8000만원 자영업자 부채도
주식·부동산 빼돌린 자영업자 빚도 탕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 소홀을 틈타 국유지 5만8000여개 필지가 민간에 무단 점유돼 사유지처럼 활용돼 온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캠코는 15년 이상 무단 점유·활용돼 온 국유지 내 불법 시설물을 방치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단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새출발기금은 빚 갚을 여력이 충분한 이들이 재산을 빼돌리고선 부채 원금을 100% 감면받는 데 활용하는 ‘곶감 항아리’로 전락했단 지적이다.
◆국유지 무단점유자 파악도 안 해
감사원에 따르면 전체 국유지 73만개 필지 중 7만9000개(10.7%) 필지가 최근까지 무단 점유돼 왔다. 이 중 5만8000개 필지의 무단 점유 행위에 대한 변상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기획재정부로부터 유휴 국유지 관리·처분 업무를 위탁받은 캠코가 할 일을 안 했다는 것이다.
무단점유자가 누군지 파악하고서도 캠코가 부과하지 않은 변상금 규모는 251억원에 이른다. 무단점유자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 하거나 탐문 조사조차 안 한 필지는 3만4950개에 달했다. 무단 점유 기간이 5년 이상인 필지는 8500개, 이 중 15년 이상인 곳은 1700개로 조사됐다.
국유 재산 관리가 이처럼 소홀했던 배경엔 저효율 전산 시스템과 담당자들의 불성실함이 있었다. 캠코가 구축한 전산망을 통해 조회하는 변상금 미부과 내역, 무단점유자 관련 정보 등이 부정확하다 보니 직원들이 실무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단점유자에게 변상금 사전 통지서를 2회 이상 찾아가 전달하고, 여의치 않으면 홈페이지나 게시판을 활용해 공시송달해야 하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공시송달이 3건에 불과했던 것이다.
무단점유자의 비협조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실태 조사 과정에서 무단점유자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무단점유자를 찾더라도 인적사항을 진술하지 않으며 조사에 비협조할 경우 변상금 부과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곤란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산 빼돌리고 빚 탕감받아도 속수무책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압박을 덜어주고자 마련된 새출발기금은 빚을 갚고도 남는 재산을 보유한 이들의 원금도 감면을 해주는 ‘쌈짓돈’이자 ‘곶감 항아리’였다. 채무자가 빚을 갚을 여력을 보여주는 변제가능률이 70%를 넘더라도 차등 없이 원금의 60%를 감면해주도록 원금 감면율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원금 감면자 3만2000여명의 변제 능력을 분석한 결과 1944명이 변제가능률 100%였지만 총 840억원의 원금을 감면받았다. 월 소득이 8000만원에 달해 변제가능률이 1239%인 자영업자의 빚 3억3000만원 중 2억원도 새출발기금이 대신 갚아줬다. 다른 자영업자는 지난해 7월 1억2000만원을 감면받았는데, 그는 같은 해 말 기준 4억3000만원 상당 가상자산을 갖고 있었다.
새출발기금을 끌어다 빚을 갚으려고 본인 재산을 빼돌린 이들도 적발됐다. 2023년 6월과 9월 배우자와 자녀에게 총 7억3000만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증여한 뒤 이듬해 새출발기금 채무감면을 신청한 자영업자는 8700여만원을 감면받았다. 2022년 12월 자녀에게 6억원 상당 토지와 오피스텔을 증여한 뒤 6400여만원을 감면받은 이도 있다.
감사원은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율에 상환 능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원금 감면을 받은 이들에 대해선 추가 조사 후 적정 조치하라고 캠코에 통보했다. 금융위원회에는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 시 캠코가 가상자산 증여 및 비상장주식 보유 현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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