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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없이 25% 감량”…뚱뚱할수록 더 빼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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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5 05:00:00 수정 : 2025-12-15 06:57:35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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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너머로 확장되는 ‘위고비 효과’
“심혈관·간질환·생활습관까지 흔들다”

국내 출시 1년을 갓 넘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이라는 1차 목표를 넘어, 비만이 동반하는 전신 질환의 위험 자체를 낮추는 치료제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체중계 위 숫자를 낮추는 데서 출발한 위고비는 이제 비만이 만들어내는 ‘질병의 고리’를 끊는 약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단순히 살을 빼는 약이 아닌 심혈관계·간질환·생활 습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 조절 약물’로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미국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위고비의 다층적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연구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체중 숫자’ 중심에서 ‘합병증 위험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체중 20% 감량 넘어…“합병증 위험도 함께 낮췄다”

 

대표적인 연구는 ‘STEP UP’ 3b상 임상시험 하위 분석이다.

 

위고비 투여군은 저용량(2.4㎎)과 고용량(7.2㎎) 모두에서 평균 체중이 21% 감소했다. 절반 이상이 20%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3명 중 1명은 체중의 25% 이상을 줄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감량 폭 자체보다 건강 지표의 ‘동반 개선’이었다.

 

체질량지수(BMI) 27 미만과 허리-신장비 0.53 미만을 동시에 달성한 환자 상당수에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만성질환 관련 수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허리-신장비를 새로운 위험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점에 주목한다.

 

한 비만 치료 전문의는 “비만을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닌 합병증 위험 관점에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BMI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살이 빠져서가 아니다”…심혈관 보호 효과도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위고비 연구 중 가장 주목받는 영역이다.

 

SELECT 연구를 비롯한 다수 결과는 체중 감소와 무관하게 세마글루타이드 자체가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춘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 전문가는 “기존에는 ‘체중이 줄면 심장이 좋아진다’는 인과관계로 설명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약물 자체가 심혈관을 보호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고위험군 환자 치료 전략을 바꾸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으로 동반되는 심혈관·대사 질환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질환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위고비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환자에서 체중 감량 정도와 무관하게 간 염증과 섬유화를 개선하는 결과를 보였다.

 

간질환 전문의는 “지방간 치료에서 약물의 직접적인 항염·항섬유화 효과가 임상적으로 확인된 드문 사례”라며 “체중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환자군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술·담배까지 줄었다”…생활습관 전반에 파급 효과

 

위고비의 영향은 병원 밖에서도 확인됐다.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 내 위고비 실사용자 가구를 포함한 약 20만 가구의 식료품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 사용 가구의 연간 식료품 지출 증가율은 비사용 가구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알코올 지출은 4.7%포인트, 니코틴 관련 지출은 17.8%포인트나 감소했다.

 

비만 치료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게티이미지

또 다른 전문가는 “단순한 식욕 억제를 넘어 보상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생활 습관 교정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 소비 패턴 변화가 관찰됐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근육 감소 우려 완화”…장기 치료에 힘 실리나?

 

체중 감량 치료에서 늘 따라붙는 ‘근육 손실’ 우려도 일부 해소됐다.

 

장기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근육 감소는 제한적이었고, 악력 등 기능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재활의학 전문의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근육 기능 유지가 확인된 점은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이 장기 예후를 보다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계는 위고비 관련 연구 흐름을 비만 인식 변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한 학회 관계자는 “비만을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만성 전신 질환으로 다뤄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가 점차 공고해지고 있다”며 “향후 심혈관·간질환 등으로 적응증 확대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중계 위 숫자를 낮추는 데서 출발한 위고비는 이제 비만이 만들어내는 ‘질병의 고리’를 끊는 약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만 치료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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