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했다. 마차도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엄포에 따라 ‘탈출극’을 방불케 하는 고난의 여정을 소화한 탓이다. 가발로 변장한 채 목선을 타고 베네수엘라에서 빠져나온 그는 미 해군 F-18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11일에야 오슬로에 도착해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전날 시상식장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딸이 어머니 마차도 대신 노벨상 메달을 받았다.
1935년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1889∼1938)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평화상이 생겨난 이래 기자가 상을 받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시에츠키는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이끄는 나치 독일의 재무장과 반(反)유대주의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기사를 쓴 점이 공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나치 정권의 보복은 가혹했다. 노벨상 수상 발표 당시 이미 강제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오시에츠키는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 참여가 불허된 채 온갖 고초를 겪었다. 결국 건강 악화로 1938년 사망했으니 노벨상이 그의 수명을 단축시킨 셈이다.
2010년 노벨위원회는 중국의 공산주의 독재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시민운동가 겸 작가 류샤오보(1955∼2017)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진작 감옥에 갇혀 지내던 그 역시 상을 받으러 오슬로에 갈 형편이 못 되었다.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수상 소식에 격분한 중국 정부는 부인과 가족은 물론 지지자까지 전부 출국을 금지해 대리 수상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시상식장에는 류샤오보를 상징하는 빈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였다. 2017년 그가 간암으로 사망하고 나서 1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중국 정부는 아내의 출국을 허가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3일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3)를 사면하고 감옥에서 풀어줬다. 그는 벨라루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공로로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투옥 중이어서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31년 넘게 집권 중인 루카셴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가 자국 야권 인사와 외국인 등 수감자 12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미 행정부는 대(對)벨라루스 제재 일부를 해제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수난이 더는 없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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