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시의 대가로 불리는 김상미 시인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산문집이 세계의 어머니들 이야기와 작가들 이야기라면 이번 산문집은 오롯이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삶과 문학 전반에 대한 고백과 성찰과 질문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계절 위에 펼쳐진다. 시인은 자신의 시적 원류, 젊은 시절의 불꽃과 노년의 고요, 여전히 자신을 뜨겁게 이끄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담백하고도 절제된 언어로 고백한다.
“나는 고래잡이를 생각했다. 날렵하게 번뜩이는 칼 하나를 입에 물고 뱃머리엔 작살을 정착한 채, 고래를 향해 끝없이 노를 저어 가는 고래잡이를. 내 생도 그처럼 외롭고 격렬한 항해가 되리란 생각을 했다. ” <17쪽> 젊은 날의 자신을 ‘고래잡이’에 비유하며, 그는 생의 항해가 ‘외롭고 격렬할 것임을’ 이미 예감했다고 말한다.
시인은 언어를 사랑했던 소녀는 31살이 되어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주, 익명의 도시에서 시를 시작하며 “시가 내 자존심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고백에는 삶과 문학이 서로를 반사시키는 긴장이 살아 있다. 열렬한 독서가이기도 한 시인은 ‘책을 펼치고, 책 안에 거주하고, 책을 읽음으로써’ 지금도 언어의 거미줄을 짜며 ‘조금 더 나은 작가’가 되기 위해 바둥거린다고 고백한다.
그가 말하는 삶과 문학은 결국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아무 계산 없이 그냥 내질러야 하는 순간들 앞에선 가감 없이 자신을 던져버리고, 그 상처를 ‘문학’을 통해 치유하고 위로받는 모습은 울컥! 하는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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